국악극 ‘미롱’ 이승훈·박수정씨
국악극 ‘미롱’ 이승훈·박수정씨
연극 베테랑·전통춤 기대주
‘비련’의 사랑과 ‘구도’의 삶
절제된 몸짓으로 펼쳐나가 “겁도 없이 연극에 뛰어들었다가 많이 혼났어요. 대사가 많지 않고 여러 무용극에서 주역을 해봤으니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여겼는데 착각이었죠. 승훈 선배님이 잘 이끌어 주셔서 공연이 잘된 것 같아요.” “수정이가 워낙 하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해요. 처음에는 연기가 서툴렀는데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게 확확 보여서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생각도 건강하고 어느 배우들보다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참 예뻐요.” 서울 필동 한옥마을 안 남산국악당 무대에서 목~일요일마다 펼쳐지는 극단 시선의 연극 <미롱>(작·연출 홍란주)의 남녀 주인공 이승훈(41)씨와 박수정(26)씨. 이루지 못한 사랑을 춤으로 승화시킨 비련의 연인은 무대 바깥에서는 의좋은 오누이 같다. <미롱>은 궁중무용을 소재로 한 극으로 ‘미롱’은 ‘춤의 극치에서 짓는 미소’를 뜻한다. 조선 순조 때 작곡가이자 무용수로 예술감독인 전악이었던 김창하가 창작한 궁중 무용 ‘춘앵전’을 소재로 했다. 김창하(김평호)와 그의 양아들 도일(이승훈), 여제자 초영(박수정)이 춤의 극치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구도의 삶을 씨줄로 삼고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날줄로 엮었다. 궁중무용, 한국무용, 사물놀이, 마당놀이 등이 국악 라이브 연주로 펼쳐진다. 2002년 초연되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지난해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한국무용을 전공한 전통춤꾼 박수정씨가 초영 역을 맡아 연극동네에서 화제가 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졸업한 그는 국수호씨의 <남한산성에 피는 꽃-이화>, <낙랑공주>, <백조의 호수> 등에 주인공으로 발탁돼 무용계에서 주목받아온 기대주로, 연극 무대는 처음이다. “제가 춤추는 사람이다 보니까 몸짓이 과장되어 있어요. 그 과장된 것을 버리는 게 힘들었어요. 또 한 여자의 일평생을 연기하는데 할머니의 마음과 정서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연기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는 “홍 연출님과 이승훈 선배가 진정성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하셨는데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진정성을 찾는 작업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박씨의 토로에 이씨는 “수정이가 이번 공연으로 굉장히 성숙해질 것 같다”며 “앞으로 무용에도 성숙미가 많이 더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이 된 연극 <이>의 장생 역으로 널리 알려진 이씨는 2002년 <미롱> 초연에서 도일 역을 맡았던 원조 멤버로, 2004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무대. 20년 동안 연극 무대에 서온 베테랑 배우지만 김유경류 봉산탈춤 이수자이기도 하다. 그는 “봉산탈춤을 20년 가까이 배웠지만 호흡의 깊이가 느리고 절제가 필요한 정재(궁중무용)는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엔 박씨가 옆에서 거들었다. “정재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느리지만 그 느림 안에서 해야 할 것들이 대단히 많아서 저에게도 가장 어려운 춤이에요.” 두 사람은 절제와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를 바랐다. “요즘 급하고 복잡한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이 공연을 보면서 쉬어가시면 좋겠습니다.”(이승훈) “미롱을 찾은 세 사람의 이야기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할 것 같습니다. 저같이 당돌한 아이가 어떻게 춤을 추고 연기를 할지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웃음)”(박수정) 8월1일까지. (02)399-1114~6.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비련’의 사랑과 ‘구도’의 삶
절제된 몸짓으로 펼쳐나가 “겁도 없이 연극에 뛰어들었다가 많이 혼났어요. 대사가 많지 않고 여러 무용극에서 주역을 해봤으니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여겼는데 착각이었죠. 승훈 선배님이 잘 이끌어 주셔서 공연이 잘된 것 같아요.” “수정이가 워낙 하고자 하는 의욕이 대단해요. 처음에는 연기가 서툴렀는데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게 확확 보여서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생각도 건강하고 어느 배우들보다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참 예뻐요.” 서울 필동 한옥마을 안 남산국악당 무대에서 목~일요일마다 펼쳐지는 극단 시선의 연극 <미롱>(작·연출 홍란주)의 남녀 주인공 이승훈(41)씨와 박수정(26)씨. 이루지 못한 사랑을 춤으로 승화시킨 비련의 연인은 무대 바깥에서는 의좋은 오누이 같다. <미롱>은 궁중무용을 소재로 한 극으로 ‘미롱’은 ‘춤의 극치에서 짓는 미소’를 뜻한다. 조선 순조 때 작곡가이자 무용수로 예술감독인 전악이었던 김창하가 창작한 궁중 무용 ‘춘앵전’을 소재로 했다. 김창하(김평호)와 그의 양아들 도일(이승훈), 여제자 초영(박수정)이 춤의 극치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구도의 삶을 씨줄로 삼고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날줄로 엮었다. 궁중무용, 한국무용, 사물놀이, 마당놀이 등이 국악 라이브 연주로 펼쳐진다. 2002년 초연되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지난해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한국무용을 전공한 전통춤꾼 박수정씨가 초영 역을 맡아 연극동네에서 화제가 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졸업한 그는 국수호씨의 <남한산성에 피는 꽃-이화>, <낙랑공주>, <백조의 호수> 등에 주인공으로 발탁돼 무용계에서 주목받아온 기대주로, 연극 무대는 처음이다. “제가 춤추는 사람이다 보니까 몸짓이 과장되어 있어요. 그 과장된 것을 버리는 게 힘들었어요. 또 한 여자의 일평생을 연기하는데 할머니의 마음과 정서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연기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는 “홍 연출님과 이승훈 선배가 진정성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하셨는데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진정성을 찾는 작업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박씨의 토로에 이씨는 “수정이가 이번 공연으로 굉장히 성숙해질 것 같다”며 “앞으로 무용에도 성숙미가 많이 더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이 된 연극 <이>의 장생 역으로 널리 알려진 이씨는 2002년 <미롱> 초연에서 도일 역을 맡았던 원조 멤버로, 2004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무대. 20년 동안 연극 무대에 서온 베테랑 배우지만 김유경류 봉산탈춤 이수자이기도 하다. 그는 “봉산탈춤을 20년 가까이 배웠지만 호흡의 깊이가 느리고 절제가 필요한 정재(궁중무용)는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엔 박씨가 옆에서 거들었다. “정재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느리지만 그 느림 안에서 해야 할 것들이 대단히 많아서 저에게도 가장 어려운 춤이에요.” 두 사람은 절제와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를 바랐다. “요즘 급하고 복잡한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이 공연을 보면서 쉬어가시면 좋겠습니다.”(이승훈) “미롱을 찾은 세 사람의 이야기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할 것 같습니다. 저같이 당돌한 아이가 어떻게 춤을 추고 연기를 할지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웃음)”(박수정) 8월1일까지. (02)399-1114~6.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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