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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17대 국회 개원 1년을 맞은 6월, 민주노동당의 원내 활동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4월14일,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국회 본청 앞에서 당의 원내진출 1주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이태호·장석준씨 ‘시민과세계’ 에 원내 활동 1년 평가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한나라당은 골프장 추태 등 예의 그 ‘자살골’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반사이익을 독점해야할 듯한 민주노동당은 그러나, ‘마의 15%’ 지지율을 넘지 못한다. 창당 초기 2%대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창전벽해의 변화지만, 원내 진출 이후 오히려 정체와 지체의 조짐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노동당은 (당) 해체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당이) 해체된다 해도 그 자체가 역사의 진전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의 말이다. ‘그러고 있을 바엔 당을 해체하는 게 낫다’는 쓰디쓴 소리로 들린다. 반년간지 <시민과세계>에 민주노동당의 원내 활동 1년을 평가하는 글을 실었다. 장석준 진보정치연구소 상임 연구위원도 <시민과세계>를 통해 “15%의 지지층은 삽시간에 해체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 현대사에서 명멸해간 해방공간의 좌파정당, 50년대 말의 진보당, 4월혁명 공간의 혁신정당들의 전철을 민주노동당이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주지지층 임금노동자 해체
근본적 도전 맞닥뜨려
정책 취약·‘정파싸움’ 매몰
신생 소수정당 수준 그쳐
‘마의 15%’ 지지율 삽시간에 해체 가능성 높아
“‘진보’ 에 문 활짝 열어야” 민주노동당의 취약한 기반은 우선 그 역사적 궤적에 있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좌파·노동운동세력이 주도한 것이 아니다. 반면 서유럽 좌파정당과 브라질 노동자당은 민주주의 확장과정을 주도했다. 장 연구원은 “한국에서 좌파·노동운동세력이 (민주주의 일반의) 보편적 대의를 추구한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 설득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핵심지지층인 임금노동자의 ‘해체’는 이 정당이 맞닥뜨린 근본적 도전이다. 장 연구원은 “민주노동당은 노동계급의 단결이 강화되기는커녕 임금소득자들 사이에서 이질성과 분열이 유례없이 심화·확대되는 혼란의 한복판에 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민주노동당은 참신하지만 능력은 의심스런 신생 소수 정당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실장은 지난 1년의 원내 활동에 대해 “민노당에게 가장 중요한 조세·복지·빈곤·평화 등 당 정체성과 직결된 전략적 주제 영역에서 이렇다할 전형이나 모범 사례를 창출하지 못하고, 현실에 끌려다니거나 구호 수준의 활동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당은 지금 “내부 의사소통 단절에 따른 (의원 또는 당원 개인의) 각개약진”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 실장에 따르면 활로는 당의 울타리를 진보를 향해 열어 젖히는 일이다. 그는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내포는 아직도 빈약하고 불균등하다”고 짚는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진보적 상상력과 의제 형성능력”인만큼, “위기라고 느낄수록 당내의 협소한 틀 안에서 자신들만의 언어로 주고받는 비판과 반비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당의 울타리를 헐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 연구원은 “우파와의 섣부른 동맹전술의 유혹에 굴복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지지기반의 불안정성이 큰 정당이 자칫 정체성의 혼란을 빚을 수 있는 동맹전술에 발목 잡힌다면 그 결과로 지지기반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 일본 사회당의 몰락이 생생한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민주노동당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할 이유가 있다면 “다양한 사회운동의 분출에 대한 ‘촉매’의 기능”이라고 짚었다. “촉매를 일으키는 충격의 진원지가 되는 것은 ‘다르게 되기’의 능력에 달려 있고, 이는 지금의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때마침 <진보평론> 여름호에는 룰라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 노동자당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귀염둥이가 됐는지”를 짚는 외국논문 ‘산산이 부서진 꿈’이 실렸다. 런던대 연구원인 알프레도 사드 피오는 “급진적 사회·경제 개혁에 대한 헌신으로부터 발을 빼버린 브라질 노동자당은 결국 다른 정당들과 전혀 구분되지 않는 당이 돼버렸다”고 지적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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