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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마당극 ‘바람을 타고 나는 새야’

등록 2005-06-15 17:34수정 2005-06-15 17:34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풍물극단 살판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2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막을 여는 <바람을 타고 나는 새야>의 2막 연습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풍물극단 살판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2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막을 여는 <바람을 타고 나는 새야>의 2막 연습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풍물과 마당극이 만났을 때

풍물에서 기실 연출은 의미 없다. 연출이 강조될수록 각본에 충실한 ‘광대’와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경계만 더 뚜렷해질 뿐이다. 박제화한 풍물의 모습이었다.

마당굿 <바람을 타고 나는 새야>가 1998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맞이한다. 1994년 풍물과 마당극을 섞어 한국적 퍼포먼스의 흥을 일궜던 풍물굿이다. ‘이야기 풍물’이란 새 용어를 탄생시켰고 창작 풍물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25~26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당시의 감흥이 되살아날지 기대된다. 모두 다섯 마당으로 짜여진다. 예전의 작품에 견줘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나누며 놀이의 완결성을 더 높이고자 했다.

관객과 함께 복을 비는 흥겨운 지신밟기로 꾸며지는 ‘마을굿’이 판을 연다. 21세기 건강한 노동의 의미를 표현하는 소고 농사풀이(‘두레굿’)가 이어지고 북춤과 깃발 군무로 우리네 억척같은 삶(‘싸움굿’)을 그리기도 한다.

갈무리를 하는 ‘의식굿’과 ‘놀이굿’이 바로 민중들의 삶에 희망을 비추는 난장판이다. 농심대를 관객과 함께 감고 이어 힘찬 북놀이 한 판이 펼쳐진다.

일종의 퓨전 마당굿인 <바람을…>은 걸쭉하니 해학적인 입담과 노래, 풍물 장단 등이 어울리며 무엇보다 관객이 자연스레 광대가 되는 대동 놀이판이다. 마당극의 해학성과 풍물굿의 신명성이 섞이며 객석과 무대 사이는 물론 배우과 관객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풍물굿패 살판은 전통연희의 미래를 전망하며 1991년 태어나 줄곧 판소리, 민요, 풍물장단은 물론, 춤, 마임, 버나놀이 등까지 활용하는 퓨전 놀이마당을 꾸려왔다. <바람을…>은 그 가운데 으뜸이다. (02)338-3337.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껍데기 풍물은 가라”

연출 맡은 박희썽씨

1991년 살판을 만든 박희정(44)씨가 1994년 ‘이야기 풍물’을 시도하기까지 가장 고민한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물이 낡고 변질됐다는 점이다.

“대부분 민속예술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아 문화재로 지정되고 전수관도 만들고 싶다는 욕심으로 가공된 것들이었다. 관객은 뒷전이고, 우리 마을에서 살아 있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 가공 절차에서 껍데기만 남은 풍물이 돼버린 것이다.”

당시 배우로 출연했다가 지금 연출을 맡은 2005년 여전히 ‘새로운 풍물’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994년 이야기 풍물이 우리 마을의 대동성, 놀이성을 살려내기 위한 새로운 표현양식으로 의미있었지만 아직 완성됐다고 보진 않는다.”

풍물에 그림자극, 무용 등을 차용하고 영상도 쏘았는데 그것이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데 더 치우쳤다는 반성이다. “더군다나 그런 표현이 더 압도적인 퍼포먼스나 사물놀이가 많아졌지만 그 역시 ‘전통연희의 현재화’라는 숙제를 해결해주는 대안은 아니다.” 그 사이 마을, 도시는 더욱더 말라가기만 한다.

풍물과 함께 보낸 시간이 박씨가 살아온 삶의 반을 이제 넘어섰다. 1980년 대학을 입학하면서 탈춤 동아리 활동을 먼저 시작했던 박씨는 군 제대 후 사회풍물패 ‘터울림’에서 상근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중심이 된 터울림은 그 시절 사회 풍물패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단체였다. 하지만 민중의 정서를 고스란히 아우르는 데는 역부족. 그래서 만든 게 직업 놀이꾼으로 구성된 살판이었다.

이번 <바람을 타고 나는 새야>는 전국 순회공연을 계획 중이다. “마을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다. 풍물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난 사라진 문화를 복원하자는 게 아니다. 현대인의 흥을 돋울 수 있는 살아있는 풍물을 새롭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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