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까지 <일요일 손님> 등 세 편 공연
창작극 활성화를 위해 10년이 넘도록 꾸려온 창작극 페스티벌 ‘우리 연극 만들기’가 다음달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우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우리 연극…’은 극단 작은신화가 93년부터 창작 희곡을 발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2년마다 열어온 축제다. 민간 차원에서 창작극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한 기획행사 가운데 드물게 10년이 넘도록 장수하며 신진 극작가들의 등용문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광화 오은희 김윤미 등이 거쳐 갔다.
여섯 번째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지난 2, 3월 공모를 거쳐 선정된 창작극 세 편이 소개될 참이다. 38편의 응모작 가운데 뽑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일요일 손님>(지난달 31일부터 9일까지)이 첫 무대를 꾸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전문사 과정을 수료한 오혜원의 데뷔 무대다. 신혼부부의 달콤해야 할 일요일이 배경이다. 낭만적인 일요일 저녁밤을 보내고 싶었던 봉호와 미옥의 신혼집에 난데없이 들이닥친 불청객. 봉호가 일전에 활동했던 조기축구회의 동료가 찾아온 것이다. ‘언제 한번 들르라’는 세상에 널리고 널린 예의상 인사 탓이다. 곧 이들 부부와 억울한(?) 동료의 티격태격 신경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오씨는 “암묵적으로 동의된 상태에서 시작되는 현대인의 ‘예의 있는 대화론’은 이제 하나의 패키지 상품처럼 포장되어 거리 곳곳을 도배하며 다니지만 정작 그 포장지 안에 무엇이 들어있어야 할지 우린 애써 말하지 않는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고래가 사는 어항> <오랑캐 여자 웅녀> 등을 만들었던 김동현이 연출을 맡았다.
이어 김민정이 쓰고 반무섭이 연출한 <십년 후>가 11~21일 무대를 꾸민다. 김씨는 일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했다. 십년 만에 만난 대학동창 여성 셋이 자신들의 첫사랑이었던 한 남성을 기다리면서 지나온 삶을 회고하며 간직했던 생채기가 잔잔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어떤 날 나는 밝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던 듯하다”며 “흰 종이 몇 장에 수다스레 웃고 있는 여자들의 얼굴에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살짝 흩뿌려 놓았다”고 설명한다.
일간지 신춘문예에 소설과 시로도 당선된 바 있는 최치언의 <코리아 환타자>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지는 불온한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시간은 이곳에 살아남기 위한, 욕망만이 꿈틀대는, 욕망의 역사”라고 작품 의도를 밝힌 최씨는 욕망으로 인간세계가 멸망할 것이라고 진단한 뒤 살아있는 인간을 유형별로 박제하는 김 교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최용훈(극단 작은신화 대표)씨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23일부터 7월3일까지다. (02)764-3380.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극단 작은신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