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조정은(31)씨
뮤지컬 ‘로맨스로맨스’ 주연 조정은
“원래 제 기질은 ‘공주과’가 아니에요. 조용한 성격이지만 나름 성깔은 있어요.(웃음) 그래서 그동안 ‘공주’를 할 때는 조금 힘들었답니다.” 3년 만에 만난 그는 변해 있었다. 뮤지컬 <미녀와 야수>,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그려진 여성스럽고 선이 고운 ‘공주과’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야무지고 단단해 보였다. 영국유학 마치고 귀국
“인간적으로 성숙해져”
VOS 박지헌 등과 호흡 뮤지컬 배우 조정은(31·사진)씨가 돌아왔다. 2007년 8월 <스핏파이어 그릴>의 펄시 역을 마지막으로 영국 유학을 떠난 지 햇수로 3년 만이다. 그는 다음달 9일 서울 대학로문화공간 이다 1관에 오르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로 귀국 인사를 한다. 중극장 작품인데다 코믹하고 귀여운 악녀 역할은 그에게 박힌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조씨는 “변신이란 말은 부담스럽다”며 “이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변신해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제가 석고상이라면 작품이 나를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주는 칼이 되어서 제가 역할에 맞게 다듬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해온 작품 때문에 많은 분이 ‘조정은은 공주과다’, ‘예쁘고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미지다’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게 아닌데…” 한창 잘나갈 무렵인 2007년 불현듯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자 주변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었다. “적은 나이도 아닌데 무모하다” “<스핏파이어 그릴>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는데 아까운 시기다”느니, 심지어 “사람들이 너를 잊을 수도 있다”며 만류했다. “당시 새로움이 간절했고, 충전이 필요했어요.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가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와 오디션 보면서 다시 시작하면 되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었어요.”
그는 영국 로열 스코티시 아카데미 오브 뮤직 앤 드라마의 앤드루 팬턴 교수 밑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배웠다고 한다. 많은 쇼 케이스 공연으로 연기와 제작 경험을 다지고 마스터 오브 퍼포먼스 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 3월 말에 조용히 귀국했다. “유학 생활에서 특별히 연기를 배운 것보다는 인간적으로 성숙해졌다”는 그는 “그곳에서 고생했고 많은 생각도 하면서 무대에서 예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웃었다. 키스 허만 작곡, 배리 하먼 작사의 <로맨스 로맨스>는 1988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이래 토니상 작품상, 남우·여우주연상 등에 노미네이트된 수작. 두 개의 각기 다른 작품으로 구성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다. 1막은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삶이 지겹고 냉소적인 상류층 주인공 남녀가 벌이는 사랑 찾기. 2막은 기혼남녀의 결혼과 불륜, 사랑과 우정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그린다. 두 작품 모두 언제나 진실한 사랑을 고민하는 남녀의 모습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조씨는 1막에서 화려한 연애 편력을 자랑하는 여주인공 조세핀으로, 2막에서는 13년 동안 절친한 친구와 불륜에 빠지는 여인으로 변신한다. 그가 귀국 뒤 숱한 대작 러브콜을 물리치고 이 작품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음악과 드라마의 짜임새가 너무 좋아서 끌렸어요. 기존 뮤지컬처럼 대사하고 노래하고 대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음악과 대사가 계속 맞물려서 뭐 하나 놓칠 수 없어요.” <로맨스 로맨스> 한국어 버전 공연은 3년 전 조씨와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달중 연출가, 변희석 음악 감독과 다시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룹 브이오에스(VOS)의 리드보컬 박지헌씨가 뮤지컬 데뷔하며, 최재웅, 이율, 전나혜(난아) 등의 인기 뮤지컬 스타들도 무대에 선다. 4월18일까지. (02)501-7888.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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