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그레이슨(65) 전 교수
그레이슨 영국 셰필드대 전 교수 ‘한국정부 예산지원’ 호소
“30년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어요. 한국 정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영국 셰필드대에서 22년 동안 한국학을 가르치다 지난달 정년 퇴임한 제임스 그레이슨(65·사진)전 교수가 지난주 한국을 찾았다. 그레이슨은 9일 서울 <한겨레>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영국의 한국학 교육 과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2년 전까지 3명에 달했던 셰필드대의 한국학 교수요원이 최근 이직과 퇴임으로 1명 밖에 남지 않았다”며 “자칫 한국학 전공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셰필드대가 결원이 생긴 한국학 교수 충원에 소극적인 것은 전공 학생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1979년 동아시아학과 내부에 개설된 한국학 과정은 현재 전공 학생이 5~6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니 가뜩이나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본부로선 굳이 3명의 교수정원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돈이면 사회적 수요가 많은 이공계 학과에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학생 한 명을 가르치는데 한해 평균 9000파운드가 듭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내려오는 예산은 1인당 3000파운드 밖에 안 돼요. 이러니 지원 학생이 적을 수밖에요. 이 상황에서 교수 충원마저 안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그레이슨은 “한국 정부라도 나서 교수 충원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국제교류재단 쪽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필드대는 외부의 예산 지원이 있다면 교수 정원을 유지하면서 인건비의 20%를 부담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록 수는 적지만 전공자 다수가 졸업 뒤 영국 외교부나 민간 기업의 한국 관련 부서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매년 한국학 수업을 선택이나 교양 과목으로 수강하는 학생 300여명도 한·영 두 나라에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1971년 감리교 선교사로 한국에 들어와 경북대와 계명대, 감신대에서 신학과 종교학, 인류학을 가르쳤던 그레이슨은 1987년 한국을 떠나 셰필드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사와 한국 문화, 한국 종교 등을 강의해왔다. 퇴임 뒤에도 대학에 머물며 강의와 연구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교수직이야 퇴임했지만 연구 활동에는 정년이 없다”며 “올해 안으로 일제 말기 한국 기독교의 종말론 교단에 대한 연구를 마무리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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