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 현상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전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21세기적 사회구성체 논쟁이 필요하다는 사회과학계의 주장도 여기서 비롯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포이동 판자촌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 <한겨레> 자료사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 현상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전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21세기적 사회구성체 논쟁이 필요하다는 사회과학계의 주장도 여기서 비롯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포이동 판자촌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 <한겨레> 자료사진](http://img.hani.co.kr/section-kisa/2005/05/27/00900000012005052702462836.jpg)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 현상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전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21세기적 사회구성체 논쟁이 필요하다는 사회과학계의 주장도 여기서 비롯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포이동 판자촌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 <한겨레> 자료사진
■ ‘역사비평’ 여름호 특집 기사
‘신자유주의’ 파고에 몸 움츠련던 논객들 부활 몸짓
진보·좌파 진영의 학자들이 심심찮게 하는 말이 있다. “21세기적 사구체 논쟁이 필요한데…” 복잡한 현실과 불투명한 전망,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보수·우파 진영의 위력에 압도당하는 이론적 상황에서 비롯된 탄식이다. 이들은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의 한 당사자였거나, 그 논쟁을 통해 인문사회과학에 눈을 뜬 세대다. ‘사구체 논쟁’은 한국 진보이론 진영에게 있어 ‘마음의 고향’이다.
고향을 그리는 장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결국 <역사비평> 여름호가 사회구성체 논쟁의 부활을 꾀했다. ‘다시 한국사회구성체론을 생각한다’가 특집 제목이다. 80년대 당시 이 논쟁의 한 부분을 맡았던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 정성진 경상대 교수(경제학), 정성기 경남대 교수(경제무역학부) 등이 다시 등장했다.
가장 신랄하게 좌파의 무능력과 무기력을 비판한 것은 정성기 경남대 교수다. 그는 사구체 논쟁의 문제의식이 결국 ‘자본주의냐, 현존 사회주의냐’라는 데 있었다고 보고, 그 대표 논자로 좌파의 박현채(작고·전 조선대 교수)와 우파의 안병직(서울대 명예교수)을 꼽는다. 정 교수는 “결국은 일관되게 우파 입장에 섰던 안병직 선생이 승리했고, 박현채 선생과 다른 좌파는 모두 패배했다”고 말했다.
‘좌파의 몰락’에 대해 정 교수는 “학문과 실천의 기본도 모르고 엉터리 학문을 하면서 사회변혁을 입에 담은 당연한 결과”라며 “사회구성체 개념과 정치경제학의 틀 자체를 혁명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 개념과 이론을 재구성해야 … ‘강같은 피’를 흘리고도 실패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탈근대 프로젝트,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의 이상을 말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사구체 논쟁의 ‘현대화’를 모색했다. 이 교수는 1997년 구제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자본주의의 발전 전망에 대한 여러 견해들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제2차 한국사회구성체논쟁’이라 부를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 갈래는 네 가지다. △주류 신자유주의 또는 시장 민주주의론 △복지국가 건설론 △신개발주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등이다. 각 이론들은 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자본주의 성장에 대한 평가, 재벌개혁에 대한 입장 등에 따라 구분된다. 곰곰히 살펴보면 이 교수가 거론하는 ‘제2차 사구체 논쟁’의 구도에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은 아예 빠져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사구체 논쟁의 향방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구체 논쟁의 부활을 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성기 교수는 지난 2002년 ‘사회구성체 논쟁의 부활과 전진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아 <탈분단의 정치경제학과 사회구성>(한울)이라는 단행본을 펴냈다. 마르크스주의에 크게 기댔던 사구체 논쟁의 부활을 위해 정 교수는 이분법적 근대를 극복하는 ‘탈근대적 대안’을 제시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2003년 발간된 <오늘의 우리이론 어디로 가는가>(생각의나무)에 실은 글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는 탈계급적 열정과 자기헌신이라는 ‘이타적 에토스’에 기반한 순수한 정신으로 사구체 논쟁이 부활되어야 한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비평> 여름호의 특집을 포함해 지금까지의 시도는 사구체 논쟁의 ‘부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역사비평> 편집진이 스스로 말하듯이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할 젊은 필진이 없는 현실은 이를 방증한다. ‘역전의 용사’들이 부르는 낡은 군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접을 수 없는 것은 <역사비평>의 문제의식이다. “사회구성체론과 같은 거대 담론이 과도한 것도 문제지만, (요즘처럼) 과소한 것도 문제”이며 “사구체론의 복원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는 고민 말이다.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마르크스주의 여전히 유효하다” 정성진 경상대 교수 주장
28일부터 ‘마르크스 코뮤날레’ 도 %%990002%%<역사비평> 여름호에서 정성진 경상대 교수는 이병천·정성기 교수 등을 “근본적인 체제변혁에 대한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며 비판했다. “마르크스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사구체 논쟁의 진정한 재점화를 위해서라도 마르크스주의의 ‘재구성’과 ‘재정비’를 위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때마침 ‘제2회 마르크스 코뮤날레’가 28일부터 이틀간 건국대 법과대학(서울캠퍼스)에서 열린다. 코뮤날레는 코뮤니즘과 비엔날레를 합성한 말이다. 격년으로 치르는 마르크스주의 학술대회를 표방한 행사로 지난 2003년 처음 열렸다. 첫 대회 때는 연인원 2000여명이 참석해, 주최 쪽을 당황케 했다. 예상 밖의 성황을 이룬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맑스, 왜 희망인가’를 주제로 다시 ‘대박’을 노리고 있다.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진보평론>의 김세균 교수는 물론, 계간 <문화과학>의 강내희 교수, 연구집단 ‘수유+너머’의 이진경 교수, 공동체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강수돌 교수 등 좌파 이론진영의 연구자와 이론가 50여명이 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주목되는 것은 ‘자율평론’ ‘다함께’ ‘빛나는 전망’ 등 마르크스주의 이론집단의 공개논쟁이다. ‘빛나는 전망’은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지향하는 연구집단이다. ‘다함께’는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며 최근 급속하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단체다. ‘자율평론’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면서 다중의 자유로운 네트워크를 통한 인간 소외의 극복을 내건 이론집단이다. 이들은 ‘마르크스의 코뮤니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등의 주제 토론에서 각각 격론을 펼칠 예정이다. 참가문의는 (02)3472-7946.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마르크스주의 여전히 유효하다” 정성진 경상대 교수 주장
28일부터 ‘마르크스 코뮤날레’ 도 %%990002%%<역사비평> 여름호에서 정성진 경상대 교수는 이병천·정성기 교수 등을 “근본적인 체제변혁에 대한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며 비판했다. “마르크스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사구체 논쟁의 진정한 재점화를 위해서라도 마르크스주의의 ‘재구성’과 ‘재정비’를 위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때마침 ‘제2회 마르크스 코뮤날레’가 28일부터 이틀간 건국대 법과대학(서울캠퍼스)에서 열린다. 코뮤날레는 코뮤니즘과 비엔날레를 합성한 말이다. 격년으로 치르는 마르크스주의 학술대회를 표방한 행사로 지난 2003년 처음 열렸다. 첫 대회 때는 연인원 2000여명이 참석해, 주최 쪽을 당황케 했다. 예상 밖의 성황을 이룬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맑스, 왜 희망인가’를 주제로 다시 ‘대박’을 노리고 있다.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진보평론>의 김세균 교수는 물론, 계간 <문화과학>의 강내희 교수, 연구집단 ‘수유+너머’의 이진경 교수, 공동체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강수돌 교수 등 좌파 이론진영의 연구자와 이론가 50여명이 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주목되는 것은 ‘자율평론’ ‘다함께’ ‘빛나는 전망’ 등 마르크스주의 이론집단의 공개논쟁이다. ‘빛나는 전망’은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지향하는 연구집단이다. ‘다함께’는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며 최근 급속하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단체다. ‘자율평론’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면서 다중의 자유로운 네트워크를 통한 인간 소외의 극복을 내건 이론집단이다. 이들은 ‘마르크스의 코뮤니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등의 주제 토론에서 각각 격론을 펼칠 예정이다. 참가문의는 (02)3472-7946.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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