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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으로의 초대
21세기 절대 왕권국가가 있다면 이런 춤들이 왕실을 수놓았을지 모른다. ‘왕의 춤을 위한 주제와 변주’라는 주제로 제13회 창무국제예술제가 다음달 7일부터 17일까지 서울 포스트극장에서 열린다. 프랑스와 중국, 한국 등 4개국의 전통 궁중 무용이 현대적으로 각색돼 한 무대에 오른다. 모두 여덟 작품이다.
7~8일 프랑스 바로크 시대를 춤감 삼아 프랑스의 대표적 무용교육기관인 화이요몽 재단의 예술감독 수잔 버지는 <달 그림자 속의 테라스>를 준비한다. 대만 무용수를 위해 안무해 10년 전 초연했던 것인데 이번엔 재불한국인 무용수 남영호가 대신한다. 여성적 몸짓이 시적으로 그려진다고 한다. 음악적 해석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안성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씨는 바로크 음악을 상징하는 바흐의 곡을 바탕으로 <전야>를 안무한다.
창무회 수석단원인 윤수미씨가 우리 전통 궁중무인 일무 대신, 일무의 주무대였던 종묘의 이미지를 춤사위로 그린 <무인구>는 이색적이다. 나라밖으로 더 잘 알려진 신예 안무가 이경은씨의 <조용한 사람>도 마찬가지. 꾀꼬리 소리를 춤으로 그렸다는 조선 궁중춤 ‘춘앵전’으로부터 여유와 절제의 아름다움을 따왔다. 16~17일.
10~11일 무대에 오르는 현대무용가 정명지씨의 <미롱>은 중국 왕실의 무희들의 춤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짓는 미소(‘미롱’)를 춤으로 형상화한 것. 이와 함께 베이징무용학원의 최연소 교수로 재직 중인 증환흥이 안무한 <행자>와 <당인의 노래>도 중국의 궁중무를 소재로 삼았다. 동양의 호흡법과 현대춤의 어울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행사를 주최해온 창무예술원의 김매자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대중성과 실질적인 워크샵 과정을 통해 더욱 내실을 기했다”고 강조했다. 예술제에 소개된 여러 창작품이 해외에서 평가받을 만큼 창무국제예술제는 그간 한국 창작춤의 산파역을 자임해왔다. 내년 창무회 창단 30돌을 맞아 아시아 현대 무용의 진수를 맛보일 예정이다. (02)337-5961.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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