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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랜즈버그 교수, 한국 수출의존형 성정전략 위험성 경고

등록 2005-05-20 16:37수정 2005-05-20 16:37

 중국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출구인가 아니면 또다른 장벽인가. 사진은 상하이 푸동지구 국제 금융거리 야경. 탁기형 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중국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출구인가 아니면 또다른 장벽인가. 사진은 상하이 푸동지구 국제 금융거리 야경.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한국 경제, 대미 의존도 낮아졌다?
“중국이란 ‘중간관문’ 만 더 생겼다”

지난 2001년 중국은 한국의 최대 해외투자 대상 국가가 됐다. 2002년에는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 됐고, 2003년에는 최대 교역국이 됐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조차 이런 변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는 징후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틴 하트-랜즈버그 교수(루이스앤클라크 대 경제학과)는 “한국 경제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대외의존적 취약성도 더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동 민주노동당 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정치연구소 초청 강연회를 통해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고, 중국에 기반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수출 생산 체제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성이 더 심화됐다”고 말했다. 하트-랜즈버그 교수는 80년대 이후 한국 문제에 천착하면서 ‘돌진적 근대화’라는 개념을 제기했던 미국의 좌파 경제학자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 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주 대상이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기업가 및 경제학자들은 이런 변화 때문에 “한국 경제가 미국 시장의 불안정성과 무역 제재 위협에 흔들릴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중국이 다국적 기업의 대미 수출 생산기지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경제체제 아래에서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미국에 대한 수출의 중간 관문일 뿐이다. 하트-랜즈버그 교수는 “한국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에서 탈출한 게 아니라, 단지 중국을 ‘통해서’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에 휘둘리는 동시에,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됐다고 하트-랜즈버그 교수는 분석한다. 그가 보기에 중국 경제는 ‘고유의 불안정성’을 갖고 있다. 이미 중국 도시 지역의 실업률은 10~15%에 이른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 한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8년간 중국의 생산직 노동자의 수는 15% 포인트 줄었다”는 것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중국 노동자 가운데 70%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의 파업 등도 증가하고 있다.

하트-랜즈버그 교수가 경고하려는 것은 ‘미국-중국 경제의 복합적 불안정성에 기인한 가공할 충격파’다. “고도성장을 원하는 중국은 수출 성장에 의존하고,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는 한국 역시 수출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얼마나 수입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리고 미국 경제는 더이상 무역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 앞으로 거대한 조정국면이 있을 것이고, 이는 중국과 한국의 수출의존형 성장에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에 따르면 그 파괴력은 중국보다 한국에 더 결정적이다. 중국에게 완성품 생산기지를 내준 결과, 한국의 제조업 기반은 과거보다 더 취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핵 문제 등 정치외교적 사안을 놓고 한국이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북 정책에 ‘저항’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와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중국과의 어떤 경제적 관계가 한국에게 정치적·경제적 안정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하트-랜즈버그 교수는 ‘수출 다변화’ 또는 ‘동아시아 허브’ 전략이 한국 경제의 성장에 결코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충고는 수출 의존형 성장전략을 대신할 “한국 정치·경제의 원대하고도 근본적인 구조재편과 연관된 ‘지속가능한’ 경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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