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60)
예루살렘상 수상연설서 ‘과잉공격’ 지적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0·사진)가 이스라엘 최고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수상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무라카미는 15일(현지 시각) 예루살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수상 연설에서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1천명 이상이 사망하고 그 가운데 많은 사람은 비무장의 어린이나 노인들이었다”면서 사실상 이스라엘군의 과잉공격을 비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6일 전했다.
무라카미는 영어로 된 연설에서 일본 국내에서 수상 거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고 설명하면서 “나는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와서) 말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간을 부서지기 쉬운 껍질의 알로 비유하는 한편 이스라엘군의 전차와 무차별 살상무기인 ‘백린탄’, 이슬람주의 조직인 하마스의 로켓탄 공격 등 쌍방의 무기, 그것들을 사용한 체제를 벽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들은 모두 벽에 직면한 알이다”라며 “그러나 벽은 우리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생명의 존엄성을 호소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등 무라카미 작품 11개가 히브리어로 번역 출판되는 등 발군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연설을 들은 한 이스라엘 남성은 “예루살렘까지 와서 상을 받으면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1963년 시작된 예루살렘상은 격년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에게 수여한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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