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1909~93)
경제위기로 재평가 작업 활발
일본의 대표적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인 마쓰모토 세이초(1909~93·사진)의 탄생 100돌을 맞아 그에 대한 붐이 일고 있다.
마쓰모토는 일본 신쵸사에서 출판돼 팔린 책만 해도 전 36종, 4327만권에 이를 정도로 일본 국민들의 인기를 모았으나, 초등학교 학력에다 반권위적인 소설 내용 때문에 생전에는 문단이나 정부로부터 별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탄생 100돌, 사후 16주기를 맞아 텔레비전에서 그의 대표작들인 <의혹>, <역로>, <흑의 분류>가 드라마로 방영됐거나 제작중이며, <제로의 초점>도 다시 영화로 제작돼 올 가을 개봉될 예정이다.
또한 신쵸사는 지난달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통해 “그의 책 10권이 100만권 이상 팔리는 등 지금도 독자를 계속 얻어가고 있다. 중단편집 3권을 복간할 계획”이라며 마쓰모토 재평가 작업에 불을 지피고 있다. <분게이순슈>(문예춘추>도 4월부터 <점과 선>, <불의 길> 등 장편미스터리 걸작선 10권을 간행한다. 기타큐슈에 있는 마쓰모토기념관에서는 8월까지 마쓰모토를 비롯해 다자이 오사무 등 탄생 100돌을 맞는 작가 5명의 생애를 다룬 ‘1909년 탄생 작가들’ 전을 열고 있다.
마쓰모토의 생전에 그의 작품은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인 주오고론사가 편찬한 <일본문학>에 미시마 유키오 등 당대 작가의 반대로 수록되지 못하는 등 찬밥 취급을 받았다. 또 가난한 성장 환경, 고독한 인생으로부터 생긴 열등감을 안고 있는 ‘원한의 문학’, ‘반권력적인 작가’로 간주당해 일본 정부의 문화훈장과 예술원상도 받지 못했다.
마쓰모토의 재평가 바람은 탄생 100돌이라는 계기도 있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 현상과도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특집기사에서 “금융 위기와 승자-패자의 계급 분화의 진행을 배경으로 마쓰모토의 사회파 소설이 지금도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 황실에 대한 국민의 관심 제고, 세계적 불황 등 혼돈의 시대를 맞아 <일본의 검은 안개>, <쇼와사 발굴> 등 그의 논픽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현재 미야베 미유키 등 추리소설 작가들이 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마쓰모토 생전보다 크게 높아진 점도 재조명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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