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호(75·사진)
박맹호 민음사 회장, 계속 발간 뜻
“제가 대학에 다니던 1950년대에는 외국문학이라면 일본어에서 우리말로 중역한 책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세계문학전집을 내 손으로 만들어 보겠노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어요. 그럼에도 1998년에 첫 권을 낼 때는 이 전집이 100권까지 갈까 미심쩍었는데, 오늘 이렇게 200권째 책을 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민음사 박맹호(75·사진) 회장은 19일 낮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문학전집> 200권 돌파에 즈음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이윤기 옮김) 등 10권으로 첫선을 보인 전집은 이날 허균의 <홍길동전>(김탁환 풀어 옮김)을 냄으로써 10년 만에 200권 고지에 올라섰다. 66년 ‘민중의 소리’라는 뜻을 담아 창립한 민음사의 역사를 되돌아본 그는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그동안 모두 600만 부 남짓 발행되었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공경희 옮김)으로 35만부 정도 나갔고, <오만과 편견>(윤지관·전승희 옮김) <동물농장>(도정일 옮김) 등이 뒤를 이었다. 전집에는 오르한 파묵·도리스 레싱·르 클레지오까지 3년 연속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와 김승옥·황석영·이문열 등 국내 대표 작가들도 들어 있다. 박 회장은 “처음 기획할 때부터 우리 작가들을 목록에 포함시켜 세계의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책 한 권을 기획해서 출간할 때까지는 마치 여성들이 태기를 느끼면서부터 출산할 때까지와 같은 흥분과 보람을 느낀다”면서 “책이란 내게 있어 운명과도 같다. 전집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문학전집은 내년에는 250권을 넘어설 예정이다.
한편 민음사는 전집 200권 돌파를 기념해 실험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세계문학전집 특별판>을 발간했다. <거미 여인의 키스> <고도를 기다리며> <동물농장> <구운몽> 등 10종을 정병규·안상수·이상봉·박진우·이돈태 등 각 분야의 일급 북디자이너들이 독자적인 감각으로 소화한 특별판은 한정본 2천질만 발간된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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