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요리를
2009년 O월O일 토요일, 철수는 마음이 급하다. 오늘 저녁 가족 요리대회에서 꼭 최고의 맛을 선보이고 말겠다는 의지가 굳다. 지난번 동생 영희가 만든 쇠고기치즈감자볶음은 정말 맛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원에 다녀와서 가방을 던져놓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뚝딱뚝딱, 착착착…. 드디어 저녁 6시 온 가족이 모였다. 아빠가 준비한 요리는 들기름을 바른 김 조각들, 엄마는 두부가 들어간 카레를 내놓는다. 영희는 “당근으로 바꾸면 맛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며 쇠고기치즈당근볶음을 내놓았다. 철수의 야심작은 7가지 무지개색의 채소가 들어간 주먹밥이다. 영희가 한마디 한다. “와 오빠 너무 예쁘다.” 철수는 속으로 인터넷에서 유명 블로거의 요리법을 다운받아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가족 요리대회의 승자는? 만장일치로 철수가 뽑혔다. 저녁 식사시간 내내 웃음의 꽃가루가 식탁 위를 날아다녔다.
올해는 많은 가정이 철수네처럼 먹을거리를 통해 풍성한 가족 사랑을 나눠보자. 식탁을 배만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재충전하는 자리로 활용하자. 사회학자 조한혜정 교수는 “다 함께 식사하는 부엌과 식탁이 중요하지 않은 삶은 굉장히 각박한 삶이고, 그것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2008년 <인물과 사상> 12월호)며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요리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좋은 학습 도구이기도 하다. <똑똑똑 요리 공자실>의 저자 한영실 교수는 “오감을 이용해 여러 재료를 보고 만지고 썰고 냄새를 맛보는 요리 활동은 창의력 발달을 위한 교육적 기대 효과가 큰 분야”로 말한다.
한 달에 한 번쯤은 가족요리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경기 산본에 사는 주부 석보경(40)씨는 큰딸 권새별(14)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스스로 요리하는 것을 지켜봤다. “아이가 요리를 하는 동안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직접 해보는 동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아이에게 생겼어요.” 그는 아이도 엄마의 일을 이해하게 되었고, 요리를 함께하고 맛보면서 자녀와의 대화시간도 크게 늘어난 것이 기쁘다고 말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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