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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세종사전’ 엇갈린 평가

등록 2008-12-04 18:32수정 2008-12-04 19:01

“단어장 수준 전자사전”
“유례없는 방대한 규모”
“단어장 수준의 전자사전으로는 자동번역 시스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유한용)

“규모·내용 면에서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본격적인 전자사전이다.”(신효필)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첨예한 공방은 정부가 국어 정보화 사업인 ‘21세기 세종계획’(1998~2007)의 하나로 구축한 ‘세종 전자사전’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세종 전자사전 평가’를 주제로 발표한 유한용 한국정보통신대 교수는 세종사전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어휘 정보의 양과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선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방대한 양의 어휘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해 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자료기반을 구축해냈다는 점에서 세종사전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며 “그러나 자동번역에 실질적 도움을 주자면 휴대용 전자사전이나 인터넷 전자사전이 제공하는 것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어휘정보의 수록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이어 응용기술의 범위를 자동번역에 한정하지 않고 통역까지 확장시키려면 “어휘의 의미정보를 내실화하는 것은 물론, 언어음의 인식과 합성 등 보다 많은 유형의 자연언어 처리과정에 도움이 되도록 음성·음운론적 정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전 구축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자연어 정보처리에 포괄적으로 활용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면, 종이사전에 인쇄된 재래 어휘정보를 디지털 자료화하는 데서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획기적 발전 없이는 언어 정보를 사전 형태로 충실히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적 기계번역을 앞당길 수 없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인공지능을 구사해 기계가 종이사전식 정보를 읽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편성해 수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공지능을 가진 응용 모형을 소프트웨어 공학과 인공지능학적 바탕에서 면밀히 점검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신효필 서울대 교수(언어학)는 세종사전이 어휘의 의미 정보가 빈약하다는 유 교수 지적에 대해 “한 어휘의 다양한 의미가 파악되도록 통사 특성을 기술했을 뿐 아니라, 컴퓨터가 인식하고 처리할 수 없는 뜻풀이식 의미 기술을 피하고 ‘코드화’된 의미 부류로 기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종이사전의 디지털 버전’이란 비판에 대해선 “세종사전은 재래 어휘정보를 디지털화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사용자를 대상으로 모든 정보를 새롭게 분석하고 재구성한 ‘전자’사전”이라면서 “단어장 수준이란 것은 지나친 폄훼”라고 맞섰다. 인공지능학적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유 교수의 견해에 대해서도 “기계번역이 인공지능 기술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며, 성공적 기계번역이 어느 수준이냐는 주관적 판단일 따름”이라고 역공했다.

이세영 기자

■ 세종사전이란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국어학자, 언어학자, 전산과학자들이 10년간 공동 작업해 만들어낸 디지털 한국어 사전이다. 사람이 직접 사용하는 사전이 아니라, 자동번역기 등 한국어에 기반한 자연언어 처리 시스템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전자사전이다. 60만여 개의 표제어를 18개 문법 범주로 나눠 기술했다. 기초사전과 상세사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46만여 어휘를 수록한 기초사전에는 표제어의 문법 범주·형태와 관련된 기본 정보만 담고, 상세사전에는 나머지 15만 어휘의 기본정보에 더해 형태·의미·통사 정보 등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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