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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아왔네, 남자 백조들
영국의 유력 방송에서 매슈 본(45)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어 붙인 제목은 <본 투 댄스(Bourne to Dance)>다. 20여년 가량 파격적이면서도 지극히 대중적인 작품들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은 안무가 본(Bourne)은 애당초 ‘춤을 위해 태어난’(Born to Dance) 것이다.
그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가 오는 10~29일 서울엘지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작품이 만들어진 지 10돌을 기념한다. 2003년 첫 내한공연 때 16회가 모두 매진됐던 작품이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판에 박힌 동작들입니다.”(<매슈 본과 그의 날개 AMP>, 어드북스) 이 말처럼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에 뿌리를 두지만 이야기도 몸짓도 전혀 다르게 만개한다.
무엇보다 본의 백조는 모두 남자다. 튀튀가 아닌 백조의 깃털을 장식한 반바지형 의상을 걸치고 시종 빠르고 힘이 넘치는 춤사위를 펼친다. 땀이 근육을 미끄러지고, 쉴 새 없이 무대를 가르며 날갯짓하는 남성 백조만큼 힘, 아름다움, 자유 따위를 표상하는 움직임을 만나기도 어렵다.
<백조의 호수>는 1960년대 영국왕실이 배경으로, 어머니나 애인으로부터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나약한 왕자가 자살하기 전 만난 백조와 나누는 정신적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조의 정열과 자유는 왕자의 이상이고 안식처다.
본의 ‘댄스뮤지컬’은 고전발레의 정형적, 추상적인 춤언어 대신 좀더 일상적이고 현대적인 몸짓이 마치 노래가사처럼 음악과 어울리며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훨씬 촘촘한 상상과 연출이 요구된다. 영화 히치콕의 <새>, 니진스키의 수많은 사진 등 경계를 두지 않고 소재를 찾아 자신의 상상력으로 꿰맸다. 공연 첫해 영국의 최고 문예상인 로렌스 올리비에상과 미국 토니상 3개 부문을 휩쓸었다. (02)2004-0114.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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