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44·사진)
20년전 이민 양이 “못치는 헤엄 도전하는 즐거움으로”
중국 출신 작가 양이(44·사진)가 15일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일본문학진흥회가 1935년 상을 제정한 이후 73년 만에 중국인 수상은 처음이다. 72년 수상자 이회성씨 등 재일 조선인 출신 작가 외에 모국어가 아닌, 배워서 익힌 획득언어로 쓴 작품의 수상도 처음이다.
양이는 1987년 일본에 건너와 일본어학교와 오차노미즈 대학에서 기초부터 배우며 문학수업을 받았다. 수상작인 소설 <시간이 배는 아침>은 89년 천안문사건으로 좌절하는 과정과 그 이후 인생의 애환을 한시와 영어를 섞은 일본어 문장으로 윤기 있게 그린 청춘소설.
그는 15일 일본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두 번씩이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설마라는 느낌이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첫 일본어 소설 <개>가 지난해 아쿠타가와상을 놓쳤지만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던 그는 “일본인들이 읽어줄지 걱정됐지만 ‘좋아, 계속 써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국어로 쓰고 일본어로 번역하면 간단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일본어로 쓰는 것은 헤엄칠 수 없으면서 헤엄쳐보는, 노력해서 떠오르게 됐다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문학’에서 ‘일본어 문학’으로 크게 방향을 트는 일본 문학사상의 사건이라며 크게 보도했다. 양이의 수상은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깊어지는 후쿠다 야스오 정부 아래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일 밀월관계의 또다른 사건으로 기록될 듯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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