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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펴내
“장애인에 대한 소외 조선 중기 주자학 탓”
역사속 노숙자 실증연구 추진도 한국 지식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귀족주의’다.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의 관심사를, 그들끼리 소통한다. 정창권(40) 고려대 초빙교수는 그 귀족사회를 일찌감치 뛰쳐나왔다. 지식 귀족의 망건을 벗어 던지고, 대신 세상의 눈높이에서 인문학을 말한다. “학술진흥재단 연구비를 의식한 논문 같은 글은 ‘끊은’ 지 오래 됐다”고 말하는 이 연구자는 논문 대신 ‘문화콘텐츠’를 쓴다.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조 여성의 삶을 복원한 <향랑 산유화로 지다>(풀빛), 조선조 양반 가정의 일상생활을 다룬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사계절) 등을 잇달아 펴냈다. 풍부한 실증연구를 토대로 ‘픽션과 논픽션을 혼합한 글쓰기’에 성공했다는 출판계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종합학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문학을 전공해 여성문학 연구에 빠져들고 이를 통해 페미니즘과 만난 뒤, 다시 역사 속 ‘소수자’에 관심을 갖게 된 학문적 여정 자체가 그러하다. 이번에 펴낸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문학동네)는 그런 정 교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책이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정사(正史)는 물론 야사, 판소리, 가면극, 개인 일기와 시조, 가사 등을 토대로 역사 속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봤다. %%990002%% 적어도 조선 중기 이전까지 장애인은 일반인과 ‘더불어’ 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는 게 그의 연구결과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소외는 “주자학이라는 국가 이데올로기로 사회 전체를 위계화시킨 조선 중·후기와 왜곡된 근대를 겪은 일제 시대를 거치며 등장”했다. 5년에 걸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는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다.‘장애인의 역사’를 동화·전시회·만화책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공부에 대한 관점의 차이랄까요.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대학 사회 내부에서 논문을 통해 발언하죠. 이것도 중요한 일이긴 한데…. 제가 보기엔 대학이 사회에 자양분을 제공하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대학의 연구결과는 사회와 공유돼야 마땅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쓰이는 게 옳거든요.” 그는 고구려 생활사, 역사 속 노숙자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실증연구와 문화콘텐츠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 교수가 보기에 ‘문화콘텐츠’는 인문학과 대중이 만나는 접점이다. ‘주변인’의 역사에 관심을 쏟고, 실증적 자료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이를 다시 문화콘텐츠의 형태로 대중화시키는 일까지 벌이는 그의 작업은 인문학의 위기극복에 대한 의미있는 실마리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장애인에 대한 소외 조선 중기 주자학 탓”
역사속 노숙자 실증연구 추진도 한국 지식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귀족주의’다.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의 관심사를, 그들끼리 소통한다. 정창권(40) 고려대 초빙교수는 그 귀족사회를 일찌감치 뛰쳐나왔다. 지식 귀족의 망건을 벗어 던지고, 대신 세상의 눈높이에서 인문학을 말한다. “학술진흥재단 연구비를 의식한 논문 같은 글은 ‘끊은’ 지 오래 됐다”고 말하는 이 연구자는 논문 대신 ‘문화콘텐츠’를 쓴다.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조 여성의 삶을 복원한 <향랑 산유화로 지다>(풀빛), 조선조 양반 가정의 일상생활을 다룬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사계절) 등을 잇달아 펴냈다. 풍부한 실증연구를 토대로 ‘픽션과 논픽션을 혼합한 글쓰기’에 성공했다는 출판계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종합학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문학을 전공해 여성문학 연구에 빠져들고 이를 통해 페미니즘과 만난 뒤, 다시 역사 속 ‘소수자’에 관심을 갖게 된 학문적 여정 자체가 그러하다. 이번에 펴낸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문학동네)는 그런 정 교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책이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정사(正史)는 물론 야사, 판소리, 가면극, 개인 일기와 시조, 가사 등을 토대로 역사 속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봤다. %%990002%% 적어도 조선 중기 이전까지 장애인은 일반인과 ‘더불어’ 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는 게 그의 연구결과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소외는 “주자학이라는 국가 이데올로기로 사회 전체를 위계화시킨 조선 중·후기와 왜곡된 근대를 겪은 일제 시대를 거치며 등장”했다. 5년에 걸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는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다.‘장애인의 역사’를 동화·전시회·만화책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공부에 대한 관점의 차이랄까요.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대학 사회 내부에서 논문을 통해 발언하죠. 이것도 중요한 일이긴 한데…. 제가 보기엔 대학이 사회에 자양분을 제공하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대학의 연구결과는 사회와 공유돼야 마땅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쓰이는 게 옳거든요.” 그는 고구려 생활사, 역사 속 노숙자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실증연구와 문화콘텐츠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 교수가 보기에 ‘문화콘텐츠’는 인문학과 대중이 만나는 접점이다. ‘주변인’의 역사에 관심을 쏟고, 실증적 자료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이를 다시 문화콘텐츠의 형태로 대중화시키는 일까지 벌이는 그의 작업은 인문학의 위기극복에 대한 의미있는 실마리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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