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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고대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 그리스 연출가 손 거쳐 무대에

등록 2005-04-12 17:18수정 2005-04-12 17:18

 지난 8일 오후 예술의전당 연극연습실에서 안무가 미카엘 마르마리노스의 지도 아래 코러스로 참여하는 남명렬, 손진환, 안순동씨 등과 아가멤논의 박정환, 클리타임네스트라를 맡은 김수진씨 등이 모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예술의전당 연극연습실에서 안무가 미카엘 마르마리노스의 지도 아래 코러스로 참여하는 남명렬, 손진환, 안순동씨 등과 아가멤논의 박정환, 클리타임네스트라를 맡은 김수진씨 등이 모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23일부터 5월11일까지

그리스 연출가가 직접 연출한 고대 그리스 비극이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려진다.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만나게 될 <아가멤논>이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가멤논을 주인공으로 한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은 그야말로 비극의 정수로 꼽힌다. 아가멤논이 자신의 동생을 버리고 트로이로 도망간 계수 헬레네를 되찾으려고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담보로 전쟁을 치른다거나, 자신의 딸 이피게니아를 신에게 전쟁의 제물로 바친 탓에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당한다는 설정에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사이 비극의 원형질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리스 비극이야말로 연극의 가장 진부한 상품 아니던가. 이번 작품의 대마루판은 그래서 그리스의 유명한 배우 겸 연출가인 미카엘 마르마리노스의 연출에서 결정된다. 고전을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재현하고 발견해왔던 마르마리노스는 <아가멤논>에서 일체의 과장적 요소를 버린다. 일상의 옷차림에 일상적 대화가 무대를 채우는 건 물론이다.

무엇보다 그만의 연출로 빚어진 ‘코러스’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개체성이 없는 집합을 상징해온 것과 달리 개인들의 군집 개념이 강하다. ‘모든 군중이 하나의 표현을 한다’는 부조리를 거부하는 것. 결국 코러스 단위 안에서 이뤄지는 서로 다른 작은 몸짓들은 동시대 인간과 관객의 고통, 환희 따위 반응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를 두고 마르마리노스는 “코러스는 집단이지만 다른 상황을 살아가는 개인”이라며 “코러스가 없다면 공연은 그저 단순한 드라마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에겐 코러스가 곧 주인공인 셈이다.

즉흥적이고 개별적인 연기를 벼리도록 마련한 연출가만의 ‘생체기학 훈련’도 눈길을 끈다. 배우들로 하여금 대사를 생각하기 전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꾸린 훈련방식이다. 이를테면 몸이 어떤 긴장상태에 있을 때 대사나 노래를 하도록 한다.


마르마리노스는 지난 11월 내한, 오디션을 통해 직접 한국 배우들을 뽑았고, 3월부터 함께 연습해왔다. 그 사이 줄곧 “리얼한 연기가 아니라 리얼(사실) 자체를 원한다”고 배우들에게 주문했다. 공연이 임박해선 “그리스와 한국 문화의 접점과 차이점이 한국의 코러스를 통해 드러난다”고 말하고 있다. 관객은 이 두 가지를 평가해야 한다. (02)580-1300.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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