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출산드라’. 한국방송 캡쳐 화면
[진단] 개콘 뚱뚱교주 ‘출산드라’는 기독교를 비하했나?
“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 “먹어라! 네 시작은 삐쩍 골았으나, 네 끝은 심히 비대하리라.” 지난달 20일부터 KBS <개그콘서트>에 등장한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가 화제다. 외모 지상주의와 다이어트 열풍을 꼬집는 ‘출산드라’의 ‘교리’는 기독교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에 못지 않게 풍자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딱 세 번 등장했을 뿐인데…”
요즘 유행하는 광고 카피대로 “딱 세 번 방송을 탔을 뿐인데…” 뚱뚱교 교주이자 다산의 상징인 출산드라의 인기가 높다. 다이어트나 음식 등을 소재로 한 개그를 성서 구절에 빗대 웃음을 유발하는 사이비교주(?) 출산드라는 그리스도의 수난이나 부활을 감히 ‘순대’(고갈비, 영계백숙 등)로 다시 살아나기 위해 희생을 감행한 ‘돼지’(고등어나 닭 등)에 빗댄다. “선택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전하는” 오늘의 말씀은 성경에서 따온 듯한 ‘차림표서 육계 ○장 치킨 ○절’이다. 출산드라는 또 “먹다 지쳐 잠이 들면 축복을 주리라”라는 축언을 찬송가 곡 ‘영광영광 할렐루야’에 맞춰 호응을 유도한다. “저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고 봉숭아학당의 한 출연자가 고민을 털어놓자 출산드라는 “선택받은 자”라고 추켜세운다. 퇴장할 때는 ‘출산장려’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고유의 임무(?)를 빼먹지 않는다. “기독교 폄하?…외모지상주의 꼬집는 코미디인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던 탓일까. ‘출산드라’는 등장 첫날부터 기독교 폄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독교 신자들은 ‘출산드라’의 말투와 행동거지가 전도에 열성적인 일부 개신교인들을 연상시키는데다 ‘성경과 찬송가를 모독했다’며 반발했고, 특정 종교와 무관하다는 제작진의 입장 발표가 있었지만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은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으로 들끓었다. “심각하게 기독교를 희화시켰다”(정찬삼씨), “풍자도 어느 정도 풍자를 해야 풍자 개그라고 이해하고 넘어간다. 출산드라의 말은 풍자도, 개그도 아니며 기독교인들을 무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박내랑씨) 등 기독교 폄하 주장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오버’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봉숭아학당의 경비아저씨는 경비를 폄하한거냐? 필사마는 욘사마를 폄하한거냐? ‘그때그때 달라요’는 영어를 폄하한거냐? ‘명훈이 나와봐~’는 복싱선수를 폄하한거냐?”라고 꼬집으며, ‘출산드라’의 말과 행동을 풍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섰다. ‘출산드라’ 논란으로 본 풍자코미디 “그때그때 달라요~”
‘출산드라’를 둘러싼 논란은 ‘표현의 자유’와 ‘허용범위’를 둘러싼 풍자와 패러디 논쟁이라는 ‘불’에 ‘기름’을 얹은 격이 됐다. 사실 이런 논란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KBS <시사투나잇> ‘헤딩라인 뉴스’ 폐지를 비롯해 ‘폭소클럽’ 블랑카의 외국인 노동자 비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알까리라뉴스의 아랍문화 비하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풍자와 패러디에 대한 기준이 ‘그때 그때 다르다’는 데 있다. 일례로 박세일·전재희 의원을 합성한 패러디 ‘낙원상실’, 박근혜 대표를 등장시킨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등은 인격침해 논란에 휩싸여 폐지되거나 비난을 받았던 반면 극단 여의도의 ‘환생경제’는 현직 대통령을 ‘노가리’, ‘거시기를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불☆값도 못하는 놈’으로 묘사했지만, 최근까지 대학로 연극무대에 세워졌다.
“그냥 우리를 패러디하게 해주세요!~”
때문에 ‘출산드라’ 기독교 비하 논란을 보는 시각도 상반된 두 축이 있다. 한국방송 제작진은 홈페이지에서 “찬송가로 들리는 노래는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이라고 시작되는,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군가의 멜로디를 차용한 것”이라며 “뚱뚱교 개그의 기본은 사이비광신도들에 대한 패러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역설적 풍자다. 기독교를 비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비하와 모독, 개그의 차이를 잘 알았으면 한다”며 기독교 폄하논란을 일축했다. 개그우먼 김미화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출산드라의 말투나 행동이 일부 종교인들을 흉내낸다고 해서 종교를 폄하하는 시각으로 보는 것은 코미디를 코미디 자체로 보지 않고, 너무 심각하게 보는 데서 나오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해서 봉숭아학당의 경비나 과거 ‘너를 @@@로 임명하노라’라는 개그를 했던 박성호씨가 경비라는 직업과 천주교를 모독했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코미디를 코미디로 봐야 진정한 정치코미디나 풍자코미디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도 “과거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공사와 버스노선 교체를 두고 성경의 창세기를 패러디했을 때도 기독교 폄하논란이 나왔었다”며 “출산드라의 경우 기독교 주류세력이 아니라 지나친 사이비종교를 풍자했다고 보인다. 풍자나 패러디에서 보이는 겉면만이 아니라 내포된 메시지를 여유 있게, 그 자체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인격이나 외모 모독, 특정종교 편견 등은 개그소재 NO~”
반면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패러디나 풍자는 우리 시대를 바라보는 한 방법으로, 표현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출산드라가 성경이라는 종교적 교리를 패러디해 다루고,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부활’ 신앙을 통닭에 비유하거나 비하한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자제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그작가 전영호 유머연구소장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그 소재원을 찾는 작업처럼 힘든 일은 없지만 웃음 소재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며 “인격이나 외모를 모독하는 것, 뒤끝이 개운치 못한 것, 특정종교에 대한 편견을 야기하는 것들은 절대 개그의 소재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한편 ‘출산드라’로 열연 중인 개그우먼 김현숙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꼬집기 위해 음식을 의인화시켜 예찬하는 형식을 취했을 뿐 기독교 비하는 생각도 못했다”며 “내 의도와 별개로 속상해하는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 “먹어라! 네 시작은 삐쩍 골았으나, 네 끝은 심히 비대하리라.” 지난달 20일부터 KBS <개그콘서트>에 등장한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가 화제다. 외모 지상주의와 다이어트 열풍을 꼬집는 ‘출산드라’의 ‘교리’는 기독교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에 못지 않게 풍자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딱 세 번 등장했을 뿐인데…”
요즘 유행하는 광고 카피대로 “딱 세 번 방송을 탔을 뿐인데…” 뚱뚱교 교주이자 다산의 상징인 출산드라의 인기가 높다. 다이어트나 음식 등을 소재로 한 개그를 성서 구절에 빗대 웃음을 유발하는 사이비교주(?) 출산드라는 그리스도의 수난이나 부활을 감히 ‘순대’(고갈비, 영계백숙 등)로 다시 살아나기 위해 희생을 감행한 ‘돼지’(고등어나 닭 등)에 빗댄다. “선택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전하는” 오늘의 말씀은 성경에서 따온 듯한 ‘차림표서 육계 ○장 치킨 ○절’이다. 출산드라는 또 “먹다 지쳐 잠이 들면 축복을 주리라”라는 축언을 찬송가 곡 ‘영광영광 할렐루야’에 맞춰 호응을 유도한다. “저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고 봉숭아학당의 한 출연자가 고민을 털어놓자 출산드라는 “선택받은 자”라고 추켜세운다. 퇴장할 때는 ‘출산장려’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고유의 임무(?)를 빼먹지 않는다. “기독교 폄하?…외모지상주의 꼬집는 코미디인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던 탓일까. ‘출산드라’는 등장 첫날부터 기독교 폄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독교 신자들은 ‘출산드라’의 말투와 행동거지가 전도에 열성적인 일부 개신교인들을 연상시키는데다 ‘성경과 찬송가를 모독했다’며 반발했고, 특정 종교와 무관하다는 제작진의 입장 발표가 있었지만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은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으로 들끓었다. “심각하게 기독교를 희화시켰다”(정찬삼씨), “풍자도 어느 정도 풍자를 해야 풍자 개그라고 이해하고 넘어간다. 출산드라의 말은 풍자도, 개그도 아니며 기독교인들을 무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박내랑씨) 등 기독교 폄하 주장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오버’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봉숭아학당의 경비아저씨는 경비를 폄하한거냐? 필사마는 욘사마를 폄하한거냐? ‘그때그때 달라요’는 영어를 폄하한거냐? ‘명훈이 나와봐~’는 복싱선수를 폄하한거냐?”라고 꼬집으며, ‘출산드라’의 말과 행동을 풍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섰다. ‘출산드라’ 논란으로 본 풍자코미디 “그때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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