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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페미니즘 문학 선구자…사회성 짙은 소설 즐겨

등록 2007-10-11 23:19수정 2007-10-12 11:00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도리스 레싱이 런던 북부에 있는 자택에 앉아 있다.  런던/AP 연합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도리스 레싱이 런던 북부에 있는 자택에 앉아 있다. 런던/AP 연합
노벨문학상 수상 도리스 레싱 작품세계
이란·아프리카서 성장…초기작 식민통치 비판
대표작 ‘황금노트북’ 현란한 형식실험 돋보여

다음주면 만으로 88살이 되는 도리스 레싱은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중 최고령자에 해당한다. 1950년 장편 <풀잎은 노래한다>를 발표하면서 시작된 그의 문학 경력은 어느새 반세기를 훌쩍 넘어섰지만, 그는 최근까지도 신작을 발표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금 노트북
황금 노트북
1919년 지금의 이란에서 태어난 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성장한 레싱은 열네 살 이후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고 이후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하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두 번 이혼한 뒤 1949년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지금 런던 교외 햄스테드에서 살고 있다.


마사 퀘스트
마사 퀘스트
백인 농부의 아내와 흑인 하인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인종 간 갈등을 비판한 <풀잎은 노래한다>에서 보듯 초기의 레싱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백인들의 아프리카 식민 통치와 흑인에 대한 억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때문에 그는 1956년부터 남아공 입국이 거부되었다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이 무너지고 흑인 정부가 들어선 1995년에야 입국이 허용되었다. 또한 그는 1952년에 영국 공산당에 입당했다가 1956년 헝가리 봉기를 계기로 탈당한 바 있는데, 이 무렵 그의 소설들은 진한 사회주의적 경향과 강렬한 반핵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레싱 문학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페미니즘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황금 노트북>(1962)이 “초창기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적 업적이며 남녀 관계에 관한 20세기적 관점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책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레싱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규정하는 데에 부정적이다.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남녀 관계를 과도하게 단순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해명이다. <황금 노트북>은 자서전적 (논)픽션과 노트, 수기, 일기 등이 다양하게 오가는가 하면 메타소설적 구성을 짜는 등 현란한 형식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평민사에서 한때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으며, 도서출판 ‘뿔’에서 이달 중에 다시 나올 예정이다.

레싱의 숱한 작품 중에서도 한 젊은 여성이 테러 조직에 가담하는 이야기를 다룬 <선량한 테러리스트>(1985)는 테러와 반테러가 격돌하는 21세기 초 지금의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울림을 준다.

레싱은 근년 들어 본격문학에서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과학소설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문학계의 논쟁을 낳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마라와 단>(1999)과 2005년작인 그 속편 등의 과학소설에 대해서도 “인류를 원시적 상태로 되돌려놓을 수 있는 전지구적 재앙의 가능성이 도리스 레싱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녔던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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