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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명박 라운지라니…” 저항 정신 잃은 대학 비판

등록 2007-08-14 18:03수정 2007-08-14 20:22

박노자
박노자
박노자, ‘창작과 비평’서 대학과 학생들 성찰 촉구
“‘이 라운지는 이명박 교우님의 고귀한 뜻과 정성으로 이루어졌습니다’라는 팻말을 보자마자 한동안 그냥 멍하게 서있기만 했다.”

한국사회에 대한 진보적 성찰을 담은 글을 발표해 온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가 <창작과비평> 가을호(통권 137호)에서 ‘한국의 모교’인 고려대의 변화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한국대학의 현실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1991년 고려대에서 언어실습 과정을 수료할 당시 고대는 신라사 강의와 향가ㆍ시조 관련 수업부터 안암골 뒷골목에서의 막걸리 폭음과 지하 운동권 모임까지 지적 도전과 ‘대듦’ 그 자체로 느껴졌다”고 회고하면서, 그러나 오늘날 고려대를 포함해 신자유주의에 물든 한국 대학사회에서 저항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많은 대학처럼 기업의 기부를 유치해 건물에 기업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해도 현역 정치인의 이름을 딴 대학 라운지라니? 정치인 이명박 교우를 혐오하는 교직원이나 학생도 있을 텐데 이들에게 ‘이명박 라운지’를 보면서 사는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합당한 일인가?” 박 교수는 또 2005년 고려대가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일과 2006년 고대 재학생 7명을 출교 처분한 것도 대학 저항정신의 실종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건희가 경영자로서라면 모를까 철학자로 알려진 일이 없는데도 ‘정당한 대듦’이라고 봐야 할 학생들의 행위는 사회적으로 폭풍을 불러왔으며 시위학생들은 너무나 아프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2006년 4월 보직교수들의 귀가를 물리적으로 제지했다는 이유로 출교당한 재학생 7명 가운데 6명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반대시위에 가담한 경력자였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출교당한 7명 중 6명이 바로 이건희 명예박사학위 수여 반대시위에 가담한 경력자였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이어 자본에 포섭된 대학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거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행위 자체를 성공 내지 명예로 여기는 듯한 눈치”라고 개탄했다.

박 교수는 “현실적 힘의 도덕적 정당성이나 사회ㆍ정치적 함의에 대한 고민의 싹이 ‘대기업의 투자를 받을 만한 명문대 학생의 신분’에 대한 자긍심에 깔려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듦의 정신’의 정신이 증발되는 날에는 관악골도 신촌골도 안암골도 죽고 만다”며 서울의 명문대보다 학벌구조에서 불이익을 받는 지방대에서 저항의 흐름이 싹틀 것으로 예측했다. “이건희를 철학자로 명명한 고려대보다 철학과 교수와 학생의 반발로 정몽준에게 끝내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주지 못한 전남대가 앞으로 비판적 지성의 고향이 될 확률이 더 높은지도 모른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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