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국씨 ‘스파르타쿠스’ 주역
국내 처음으로 ‘발레 정년’ 깨
“원숙한 해석·감성 기대하세요”
국내 처음으로 ‘발레 정년’ 깨
“원숙한 해석·감성 기대하세요”
‘불혹’.
발레리노에게 나이 40은 더이상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사망선고와도 같다. 외국에서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 마뉘엘 르그리 같은 발레리노가 40대 중반까지 현역 무대에서 활약했지만,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다.
그 이유는 강인한 체력과 순발력이 요구되는 장르 특성 때문이다. 상대 발레리나를 번쩍 들어올리거나 점프를 해야 하기에, 20~30대 전성기를 넘기면 무대에 서기 어려운 게 통념이었다.
그런 통념을 국내 1세대 발레 스타이면서, 발레계 최초로 ‘오빠부대’를 몰고다닌 발레리노 이원국(40)이 깨고 나선다. 20~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의 합동 공연 <스파르타쿠스>를 통해서다. 그는 2001년 <스파르타쿠스>의 국내 초연 당시 주인공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에 다시 주역으로 나선다. 당시 그를 “스파르타쿠스(에 꼭 맞는 사람)”라고 극찬한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그를 추천했다.
볼쇼이 발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스파르타쿠스>는 발레리노 수십명의 역동적인 검투장면 등 ‘발레리노의 기량와 힘’을 요구한다. ‘남성 발레의 진수’라고도 불리는데, 그만큼 체력 소모가 많다. “감개무량합니다. 마라톤에 비유될 정도로 굉장한 기교와 표현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한 번 공연을 하면 몸무게가 4㎏이나 빠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했다. 2001년 초연 이후 여섯살을 더 먹은 터였다. “그러던 끝에 ‘해보자’는 용기를 냈습니다. 2004년 제 이름을 딴 발레단(이원국 발레단)을 만들고 1년에 60회 이상 쉼 없이 무대에 섰기 때문인지 에너지는 6년 전보다 많다고 자신합니다. 작품 해석력이나 기교, 감성표현에서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솔로, 파드되(2인무)뿐만 아니라 남성무용수 60명의 군무까지 주도적으로 이끈다. ‘나이 때문에 안돼’라는 선입견을 깨고자 하루 여섯시간 이상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자, 나이를 먹어도 발레를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라며 “죽기 전까지 무대에 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국립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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