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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모국어로 읽는 걸 들으니 감동적”

등록 2007-03-27 23:48수정 2007-03-28 00:21

작품 낭독회 연 황석영씨
연극인 손숙씨 ‘오래된 정원’ 등 읽어
“생생하게 심리묘사 황선생 대단”
소설가 황석영(64)씨가 27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본사 이벤트홀에서 열린 작품 낭독회에 참석해 자신의 소설을 직접 낭독하고 작품설명을 했다.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날 낭독회에는 연극인 손숙씨도 함께 출연해 황씨의 소설 <오래된 정원>과 <손님>의 일부를 읽었다.

“<오래된 정원>은 기억과 시간에 관한 소설입니다. 역사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시제가 맞질 않는 거죠. 어긋나는 겁니다. 사랑했던 존재는 깨어지고 없는데, 사랑은 저 혼자 완성되는 거죠. 역사도 그런 게 아닐까요. 저로서는 20세기의 끄트머리에서 지난 한 세기를 나름대로 결산해 보자는 취지에서 쓴 소설입니다.”

작가 황씨의 작품설명에 이어 손숙씨가 <오래된 정원> 상권의 제2장 일부를 읽었다. 주인공 오현우가 옥에서 나와 연인 한윤희가 남긴 편지를 읽으면서 비로소 윤희의 죽음을 알게 되는 장면이다. 손씨가 한껏 감정을 살려 작품을 읽는 동안 객석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전에 한번 읽은 작품인데도 지금 다시 읽으니 새삼 내가 윤희가 된 것처럼 가슴이 아프네요.” 낭독을 마친 손씨는 “이토록 생생하게 여자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한 황 선생이 대단해 보인다”고 말했다. 작가 황씨도 “내가 쓴 글인데도 모국어로 읽는 것을 들으니 어쩐지 낯설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고 화답했다. 그는 임상수 감독의 영화 <오래된 정원>이 프랑스 파리에서 다음달 10일 개봉한다는 소식을 아울러 전했다.

<오래된 정원>에 이어 <손님>의 제10장에서 12장까지를 역시 손씨가 먼저 낭독한 다음에는 손씨의 제안에 따라 작가 황씨가 마지막 ‘뒤풀이’ 장을 직접 읽었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낭독 스타일에 대해서 황씨는 “무당과 박수의 차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낭독이 끝난 뒤에는 청중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작가의 답변이 이어졌다. 국내외의 종교간 갈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작가는 “이동과 조화가 21세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지금 <한겨레>에 연재하고 있는 <바리데기>에서도 런던 변두리에 모여 사는 여러 종족의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어 사는 모습을 그리려 한다”고 말했다.

손숙씨는 “황 선생은 작가가 아니었으면 배우가 됐을 것”이라는 말로 작가의 ‘광대 끼’를 높이 평가했다. 이날 낭독회에는 100여 명의 독자들이 참석해서 성황을 이루었으며, 황씨와 오랜 친분을 지니고 있는 이부영 전 의원도 객석을 지켰다.

황석영씨는 오는 30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가, <바리데기>의 단행본 출간에 맞추어 7월에 다시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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