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주현씨
보행자 위주 한강교 제안한 조각가 김주현씨
통로 아닌 목적지가 되는 다리로 전환
가게·카페·공연마당 설치…허황되다고요?
전문가 의견 담아 만든 모형 삼성동서 전시 한강의 다리는 불구다. 한강 다리의 기능은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도록 하는 게 전부다. 느린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나 다리 가운데 머물러 강을 완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직 다리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사람이든 차량이든 분주하다. 조각가 김주현(42)씨는 한강 다리에 대한 이런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한강 다리 위에 유기농 가게나 카페, 식당을 만들면 어떨까요? 또 다리 가운데 공연 마당과 환경·생태·건축·미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지으면 어떨까요?” 이제껏 목적지로 가는 ‘통로’에 불과했던 다리를 ‘목적지’로 바꿔보자는 게 그의 아이디어다. 허황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상상에 그치지 않고 그가 구상한 다리를 우리 눈앞에 내놓았다. 지난 2월13일부터 3월9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전시된 ‘생명의 다리’다. 수백개의 나무막대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 이어 쌓아서 마치 설치미술품과 같은 다리 모형을 만들었다. 이런 기법은 과학철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의 책 〈생명의 그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생명이란 것이 촘촘히 짜인 그물과 같이 여러 요소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그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자연은 멋부리지도 계획하지도 않으면서 충분히 아름답고 필요한 일을 합니다. 자유롭게 뻗어나간 다리의 모습은 바로 자연과 생명을 상징합니다.” 김씨는 이 다리를 인간과 동물을 위한 보행용 다리라고 소개했다. “이촌동쪽 용산공원과 동작동 현충원을 연결하고, 이것은 남북으로 남산·관악산과도 연결됩니다. 아마 담쟁이 같은 식물은 다리 구조물을 따라가면서 자라겠죠.” 김씨는 이 다리의 구조적 안정성에 대해 토목·건축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몽상에서 그치지 않도록 김씨는 각계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지난 6일엔 김정현 문화연대 공동대표,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김정식 정림건축 회장, 성기완 음악가·시인 등을 초청해 이 다리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5월쯤에도 이 다리에 대한 강연과 토론 모임을 다시 만들 계획이다. 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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