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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뮤지컬 시장은 거품…명품 못만들면 고사”

등록 2007-01-10 17:51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 경고
전성기인데다 관객수준 높아졌지만
순수창작물 없고 완성도 낮아 위기감
“현재 뮤지컬 시장은 거품이 끼었습니다. 2~3년 안에 외국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우리 뮤지컬 5편을 내놓지 않으면 고사하고 말 겁니다.”

대표적 뮤지컬극단인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박명성(44) 대표가 ‘뮤지컬 거품론’을 제기하며 경고하고 나섰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20%씩 성장해 시장 규모가 이제 1000억원대로 커지는 등 최고 전성기를 맞은 상황이어서 그의 경고는 눈길을 끈다. 박 대표는 1999년 신시뮤지컬컴퍼니 창립멤버로 그동안 <맘마 미아> <갬블러> <렌트> <아이다> 같은 굵직한 외국 뮤지컬을 국내에 선보여 흥행시킨 대표적 1세대 뮤지컬 프로듀서다.

외견상으로 한국 뮤지컬계는 씨제이엔터테인먼트와 영화사 등의 굵직한 대형 자본이 유입되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1년에 100편이 넘는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뮤지컬 관람인구도 100만명이 넘었다. 그런데 왜 박 대표는 거품론에 고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 뮤지컬 시장을 보면 작품수가 늘어난 대신 성공률은 낮아졌다. 돈을 버는 뮤지컬은 열편 가운데 한편 꼴이다. 그래서 기획사들도 모험이 따르는 창작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을 수입하거나 오리지널의 공연을 유치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박 대표의 우려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박 대표는 우선 더는 새로운 외국 뮤지컬 콘텐츠를 선보이기가 쉽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지난 100여년간 외국에서 제작된 뮤지컬이 국내에 이미 다 들어왔어요. 그만큼 관객들의 수준은 높아졌고, 더이상 소개할 라이선스 뮤지컬이 이제는 없어요. 따라서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잘 만든 우리 뮤지컬이 나오지 않으면 이런 호황을 이어갈 수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이 아직 안정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박 대표는 진단했다. “유능한 배우와 스태프의 발굴보다는 몇몇 인력에 의존하다보니 이들의 겹치기 출연으로 인건비 상승을 불러왔습니다. 창작이라고 하지만 기존에 있는 연극이나 노래, 영화를 토대로 해 순수 창작물이 없어요. 외형적으로 커졌지만, 내실은 없는 거죠.”

“외국의 대작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 외면받는 것은 당연해요. 그만큼 명품을 만들어야죠. 하지만 우리의 제작시스템은 극장 대관 일정에 맞추다보니 노래와 대본에 완성도를 기하지 못하고 있어요. 사명감과 장인정신을 갖고, 장기적 안목에서 외국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 말고는 거품이 빠진 뒤 버틸 길이 없습니다.”

사실 박 대표도 그동안 외국 작품을 수입해 ‘돈벌이’만 했다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그는 우리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설명한다. 신시는 국내 뮤지컬기획사 가운데 유일하게 소속 단원을 두고 배우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는 창립 때부터 준비한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를 6년간 준비한 끝에 선보인다. 6·25 전쟁 중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고 차범석의 희곡 <산불>이 원작인데, 50억원이 들어가는 대작이다. 내년에는 광주항쟁 이야기를 다룬 황지우 원작의 <오월의 신부>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연극의 원작을 따왔지만,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올 겁니다. 2005년 런던에서 연 워크샵 등을 통해 노래와 대본의 완성도는 이미 검증받았다고 자신합니다. 외국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작품이 될 겁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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