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석·정수년씨 부부
‘4대째 국악 지킴이’ 정회석·정수년씨 부부
대를 잇는 국악인들이 많지만 4대째 국악의 길을 이어가는 드문 집안이 있다. 바로 정회석(44·국립국악원 단원)·정수년(43·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 부부다. 남편 정회석씨는 서편제 창시자인 박유전의 제자였던 증조할아버지 정재근, 할아버지 정응민, 아버지 정권진 씨로 이어진 ‘보성소리’의 계보를 이어온 판소리 집안의 계승자다. 부인 정수년씨는 음반 〈뷰티풀 싱스 인 라이프〉 등으로 널리 알려진 해금 연주자다. 4대째인 이들에 이어 두 자녀도 국악을 전공하고 있어 곧 5대로 넘어가게 되는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국악 집안’이다.
정회석·정수년씨 부부
아내 해금 명인…두 자녀도 국악 전공
무대 오를수록 빚 늘지만 ‘자부심’ 남달라 유명 연주자라고 해도 아직까지 국내에서 국악 공연은 손해를 보면서 하는 행사다. 대관료와 포스터와 프로그램책자 제작비용을 관람료로 건지기 어려운 탓이다. 그럼에도 정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쳐났다. “보성소리를 그대로 살리면서 한글 최초의 문학작품 〈용비어천가〉와 실학자 박지원의 〈호질〉을 판소리로 선보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자긍심(용비어천가), 인간의 부도덕함(호질)을 꼬집는 내용인데, 현대인들의 정서에도 맞을 겁니다.” 부인 정씨의 공연은 더욱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엇소리〉, 해금협주곡 〈사월〉을 비롯해 〈사랑은〉, 〈박연폭포〉, 〈옛 동산에 올라〉와 캐럴 모음곡 등을 들려준다. 정회석씨는 집안 내력 덕분에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자연스럽게 판소리를 접했고 판소리의 길을 걷게 됐다. 부인 정수년씨와는 국악고-서울대 국악과 동기동창이다. 정씨는 국악의 고장인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중학교부터 해금 연주를 시작했다. 남편 정씨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해금 연주자와 장구 연주자로 만나 부부가 됐다. 이들에 이어 큰딸이 국악중학교(3학년)에서 해금과 작곡을 배우고 있고,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도 해금과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혼자 걸어가는 느낌이었어요. 편하게 살고도 싶었고요. 하지만 새로운 형식의 판소리나 해금 공연이 국악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우리 부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정수년) (02)6334-0393~4.
글 김미영, 사진 김경호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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