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지난 4월 아미티지가 한 말을 알고있다

등록 2006-09-28 19:03수정 2006-10-01 16:03

한승동의 동서횡단

리처드 아미티지(60)가 또 한국에 왔다. 지난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주최 ‘21세기 한미동맹과 전시작전통제권 이전’ 토론회라는 데서 작통권 환수와 한미연합사 해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주류 신문은 기다렸다는 듯 별 새로울 것도 없는 그의 얘기를 크게 보도했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로널드 레이건 정권 때 국방차관보를 지낸 뒤 조지 부시 정권 실세였고 한국·일본통이라 알려진 아미티지는 어떤 인물인가?

2000년 10월, ‘아미티지-나이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미국과 일본: 성숙한 파트너십을 위한 전진’이란 문서가 발표됐다. 문서는 부시 정권의 대외정책, 특히 대일·대한 정책의 교본이 됐고 교본대로 이행됐다. 교본 실행자들이 바로 부시 1기 정권 거의 내내 국무부 부장관을 한 아미티지와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네오콘 폴 월포위츠였다. 이 초당파 교본의 핵심내용은 바로 일본 재무장과 미일동맹 확대강화였다. 보고서는 일본이 미국 아시아 정책의 초석이며, 미일동맹은 미국의 글로벌 안보전략의 중심이라고 명시했다. “우리는 미국-영국 간의 특수한 관계를 미일동맹의 모델로 간주한다.” 이는 곧 미국의 세계전략을 위해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주한미군 등 동북아 주둔 미군 재배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협력강화, 일본의 국제적 역할 확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 금지는 동맹협력을 방해한다. 더욱 밀접하고 효율적인 안보협력을 위해서는 이 금지조항이 제거돼야 한다.”

금지조항이란 바로 군대 보유와 국가의 전쟁권, 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한 일본 ‘평화헌법’ 제9조를 가리킨다. 이는 일본 우익이 갈망하는 헌법개정과 재무장을 미국이 오히려 조장하겠다는 얘기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했다. 주한미군 평택 이전과 작통권 회수 문제, 대북정책 등을 둘러싼 노무현 정권과 부시 정권 간의 이견과 알력, 그리고 한국내 반미감정이 한미동맹의 토대를 흔들고, 미국의 아시아정책에서 한국 역할을 줄이고 일본의 역할을 강화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는 까막눈이거나, 알면서도 자파 이익을 위해 억지주장으로 국가 이익을 망치는 좀비들인가.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을 그 하위체제로 설정함으로써 한국의 일본예속을 한층 더 강화하려는 미국의 대일, 대한반도 정책은 노무현 정권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부시, 노무현 정권이 정식으로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확정됐다.

아미티지는 지난 4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5대 문제’로 민족주의, 대만해협, 한반도, 영토분쟁, 필리핀·타이 반군활동 등을 꼽아놓고는 이렇게 주장했다. “일본이 최종적으로 헌법 9조문제를 해결하면 양국관계는 한층 더 대등하게 된다. 이 지역(동북아)은 일본이 안전보장을 포함한 모든 문제에 전면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과거사문제는) 미국으로선 해결했다. 다만 몇개 나라들은 국민의 눈을 국내문제에서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민족주의를 부추기는데 이용하고 있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중국이 불만을 계속 표출하는 한 계속해야 한다.” 아미티지 눈에는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취약한 정권의 내부문제 호도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이 아시아의 최대문제로 민족주의 대두를 꼽아놓고는 그 민족주의 발흥의 원흉인 일본의 극우 민족주의를 스스로 부추기고 있다. 그 저의가 뭘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꽁트] 마지막 변신 1.

[꽁트] 마지막 변신

로제 ‘아파트’ 뮤직비디오 10억뷰 돌파…케이팝 최단 기간 2.

로제 ‘아파트’ 뮤직비디오 10억뷰 돌파…케이팝 최단 기간

아이들 ‘두번째 집’ 포기 못한 엄마들 “다시 공립 될 때까지 버텨야죠” [.txt] 3.

아이들 ‘두번째 집’ 포기 못한 엄마들 “다시 공립 될 때까지 버텨야죠” [.txt]

우주에 간 공효진·이민호도 고전…K-드라마가 우주에서 ‘쓴맛’ 본 이유 4.

우주에 간 공효진·이민호도 고전…K-드라마가 우주에서 ‘쓴맛’ 본 이유

‘믿음’이 당신을 구원, 아니 파멸케 하리라 [.txt] 5.

‘믿음’이 당신을 구원, 아니 파멸케 하리라 [.txt]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