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영화감독 봉준호,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등 문화예술인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이선균과 관련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영화·방송·매니지먼트 관련 단체 29개가 참여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배우 최덕문의 사회로 배우 김의성과 감독 봉준호, 가수 윤종신, 감독 이원태가 성명을 낭독하며 수사당국과 언론·미디어, 정부·국회를 향해 각각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며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케이비에스(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로 이것이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신씨는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케이비에스(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또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 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행태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느냐”고 무분별한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이원태 감독은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의성씨는 “고인은 지난해 10월23일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며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했다”고 문화예술인들이 단체를 만들어 성명 발표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성명서에는 연대회의에 참여한 29개 단체뿐 아니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문화예술인 2천여명이 뜻을 같이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