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죽음의 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0년간 장도를 이어가며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이순신 시리즈의 마지막 편, 이순신의 마지막 싸움을 그린 ‘노량: 죽음의 바다’가 20일 개봉한다. 100분에 이르는 수중전 액션은 더 웅장하면서 정교해졌고, 아들의 죽음에 고통스러워 하는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모습이 더욱 부각됐다.
1598년 11월18일 밤 시작돼 다음날 새벽까지 벌어진 노량대첩은 명량대첩 이후 기세가 꺾인 왜군에 쐐기를 박으며 전쟁을 종결시킨 전투이자, 7년간 벌어진 임진왜란 중 가장 크게 벌어진 전투로 알려져 있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노량’을 극장에서 관람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영화는 시종 어둠을 배경으로 진행되는데다 수백척의 전투선 제각각에서 불을 내뿜고 백병전이 벌어지는 스케일은 극장 화면이 아니면 제대로 맛을 느끼기 힘들다.
노량대첩은 조선과 명군이 힘을 합친 연합군이 벌였다. 영화 ‘노량’의 전반은 이순신 개인에 주목하기보다는 조선과 명, 왜를 잇는 정치적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왜교(현 순천왜성)에 고립돼 당장 군량미의 바닥을 보게 된 왜장 고니시(이무생)는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명나라 장수 진린(정재영)에게 퇴로를 요청한다. 진린은 이순신(김윤석)을 압박해 전투를 중단하려 하지만 이순신은 “열도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지 않으면 다시 쳐들어올 것”이라며 강한 의지로 마지막 일전을 준비한다.
‘노량: 죽음의 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적장과 정치적 거래를 했지만 수없는 병사가 죽고 다친 피해를 줄이자는 진린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영화는 여기서 빚어지는 이순신의 고뇌를 담아내려고 했다. 이순신은 흔들림없이 전투를 주장하면서도 그동안 죽어간 동료 장수들과 목숨을 바친 병사들, 왜군에 죽임 당한 셋째 아들 면을 꿈에서 보며 괴로워한다. 시사회 뒤 김한민 감독은 “모두가 전쟁을 끝내자고 할 때 이순신 장군이 가졌던 고독한 화두, ‘열도 끝까지 쫓아가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지점에 집중해야 그 치열한 전쟁 수행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고뇌와 갈등의 한 시간이 서론처럼 전개된 뒤 영화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불타는 배가 검은 바다 한가운데로 띄워지면서 본론으로 진입한다. 조선군의 횃불 화살이 폭포처럼 왜선들에 쏟아지고 거북선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처럼 달려들면서 압도적인 기세로 왜선을 초토화시킨다. ‘명량’에서 사실감 있는 포격 장면을 원경과 근경에서 자유자재로 잡아내던 시각특수효과(VFX)는 ‘노량’에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왜군과 조선·명군이 직접 싸우는 백병전 장면을 대폭 늘려 대규모 군중 액션신에서 롱테이크와 원테이크를 거침없이 쓰며 격투 장면의 사실감을 높였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사료에 나온 대형 판옥선을 실제 크기로 재현했다고 한다.
‘노량: 죽음의 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식(‘명량’), 박해일(‘한산’)에 이어 이순신을 연기하는 세번째 배우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배우 김윤석은 “단호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더 외로워진 이순신 장군을 표현하고 싶었다. 모두가 전쟁을 그만 하자고 할 때 이순신 장군의 생각을 연기로 설득하는 게 힘들었지만 가슴 벅찼다”고 말했다. ‘노량’은 순제작비 350억원으로 72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다. 관객 천만을 향해 달려가는 ‘서울의 봄’의 바톤을 이어받아 겨울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