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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형이 시집을?…연예인들이 ‘시’에 꽂힌 이유

등록 2023-12-06 08:00수정 2023-12-06 08:44

코미디언 양세형은 지난 4일 시집 ‘별의 길’을 발간했다. 그는 5일 서울 정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는 행복한 놀이”라고 밝혔다. 이야기장수 제공
코미디언 양세형은 지난 4일 시집 ‘별의 길’을 발간했다. 그는 5일 서울 정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는 행복한 놀이”라고 밝혔다. 이야기장수 제공

“걷다가 그냥 걷다가/ 보고 싶어 눈을 감았어요/ 오늘은 약속을 취소해야겠어요/ 계속 보고 싶어서/ 눈을 뜰 수가 없네요.”

시 ‘아빠가 해주는 삼겹살김치볶음 먹고 싶어요’의 한 대목이다. 시인이 누굴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게 당연하다. 뜻밖의 인물, 코미디언 양세형이니까. 양세형이 지난 4일 생애 첫 시집 ‘별의 길’을 발간했다. 연예인들이 집필한 에세이집은 많지만 시집은 드물다. 방송인 김태균이 수십년 전 시집을 낸 바 있다.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세형은 “어렸을 때부터 단어들을 끄집어내어 조립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즐거웠다. 시를 쓰는 일은 행복한 놀이였다”고 밝혔다.

시집에는 ‘시를 쓰게 하는 당신에게’ ‘어떤 향기’ ‘그러지 말걸’ 등 총 88편을 담았다. 스케줄이 끝난 늦은 밤, 문득 맑은 하늘에 마음이 벅차오를 때 끄적였던 감정들이다. ‘아빠 번호’ ‘아빠와 아들’ 등 아빠에 관한 내용과 ‘코미디 빅리그’처럼 본업 관련 내용이 많다. 양세형은 “시는 나의 마음을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더라”며 “200편 되는 시 중에서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고 했다.

양세형이 시집이라니? 양세형은 꽤 오랫동안 시를 사랑해왔다. 올해 초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SBS·종영) 방영 당시 즉석에서 시 ‘별의 길’을 써 화제를 모았고, 유튜버 엔조이 커플 결혼식에서 직접 쓴 축시 ‘우리’를 낭독하기도 했다. 평소 지인들한테 직접 쓴 시를 선물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통해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양세형도 시를 쓰면서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일도 안 풀리고 모든 것이 꼬였을 때 오피스텔에서 아래를 바라보면서 시를 썼었어요. 너무 독해서 시집에는 담을 수 없었지만, 그러면서 마음을 다 쏟아낼 수 있었죠. 다음날 쓴 시를 다시 읽으며 내 마음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었죠.”

양세형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코미디언이 시를 직접 쓰는 걸 보면서 시를 어려워하지 않고, 가까이하며 읽고 쓰고 아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구준회는 직접 쓴 시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그는 최근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 출연했다. 143엔터테인먼트 제공
구준회는 직접 쓴 시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그는 최근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 출연했다. 143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를 쓰며 감정을 표현하고 마음을 다잡는 눈에 띄는 연예인들은 또 있다. 배우 로운도 시를 통해 생각을 정리한다. 그가 처음 쓴 미공개된 시 ‘처음’은 드라마 배역에 이입했던 어느 날 그 감정을 끄적인 것이다. 아이돌그룹 트와이스 채영, 아이콘 구준회도 시를 사랑하는 아이돌이다. 구준회는 시 노트를 따로 마련해 쓸 정도로 열정적이다. 지금껏 200편 넘게 썼고, 직접 쓴 시를 개인 소셜미디어(SNS)에서 공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6월8일에는 ‘그는 바다였기에’가 올라왔다. 그가 쓴 시는 팬들이 저마다의 풀이를 하며 결국 많은 이들이 시를 읽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내고 있다. 구준회의 한 팬은 “구준회가 쓴 시를 읽으면서 시집을 찾게 됐고 이젠 나도 어색하지만 시를 써보고 있다”고 했다.

함축적 의미를 담아내려고 단어를 고심하다 보면 감정이 풍부해질 수 있어서 기획사에서 연습생한테 시 쓰기를 추천하기도 한다. 한 연예인 지망생은 “시를 쓰면서 내가 느끼는 것 외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흡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연예인들의 도전은 시를 친근하게 느끼게 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한 방송 작가는 “평소 감정을 감추며 살아야 하는 연예인들이 시를 쓰면서 진짜 마음을 털어놓다 보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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