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제트(MZ)세대 등이 인스타그램·유튜브·카카오톡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서 본캐와 부캐를 보여주고 있다. 젊은이들이 각각 성격을 달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중 하나로 해석된다. 록밴드 ‘새소년’의 공식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갈무리
록밴드 ‘새소년’의 콘서트를 다녀왔다.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새소년 콘서트는 규모는 작았지만 아주 밀도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리드 보컬인 황소윤씨가 말 그대로 “콘서트장에서 뛰어놀았다”는 점이다. 솔직히 새소년과 황소윤은 알았지만 콘서트로 많은 노래를 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콘서트를 가기 전에 새소년의 노래들을 계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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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새소년’의 리드 보컬 황소윤
다양한 계정에서 본캐와 부캐 선보여
노래와 가사 쓰기, 프로젝트 활동하며
보이는 ‘다양한 모습’ 모두가 ‘나의 모습’
본캐·부캐 놀이 언뜻 실없어 보이지만
늘어나는 Z세대의 취향 소비와 관련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선호’ 표시
자아탐험, 타인 교류 통해 성장도 경험
황소윤의 인스타그램을 본다. 그의 인스타그램에서는 그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인스타 계정엔 많은 프로필이 있다. 황소윤의 활동을 보여주는 공식 계정 @so.yoon(팔로어 12만7천 명), 세계적인 밴드라고 천명한 밴드 새소년 @se_so_neon(19만7천 명) 계정, 황소윤의 개인 개정 @sleeep__sheeep(39만8천 명)은 물론, 친구들의 술모임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독립밴드이자 디자인 스튜디오인 ‘모임 별’도 살펴본다. ‘모임 별’에서는 그가 활동하는 창작그룹들의 작품을 보면서 그의 머릿속은 어떠할까를 생각해본다. 노래 부르는 황소윤, 잡지 화보를 장식하는 황소윤, 시 같은 가사를 쓰는 황소윤. 이 모든 것이 황소윤의 ‘본캐’이면서 ‘부캐’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 정체가 뭐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팬들은 공식적인 밴드, 인간으로서의 황소윤, 그가 하는 프로젝트 모임, 밴드의 대표이자 제트(Z)세대의 아이콘인 황소윤을 다 팔로한다. 계정별로 다 다른 정체성을 담았지만 그 모든 게 황소윤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계정은 황소윤이 직접 운영하는 황소윤 계정이다. 팬들은 다른 계정을 넘나들며 그의 공적·사적인 모습, 표현하고 싶어 하는 그를 만난다.
중학생 아들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세대에 대해 많이 배운다. 메타만 해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라는 대표적인 소셜미디어가 있다. 제트세대는 소셜미디어를 넘나들며 각각의 세상마다 부캐와 본캐를 만들면서 좀 다르게 논다. 페이스북은 어른들이 놀고 인스타그램은 아이들이 노는 곳이 아니라 요즘에는 다양한 지면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다르게 노는 것이다. 길게 글을 쓰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 커뮤니티와 그룹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으로 가고, 비주얼과 영상을 즐기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있다.
‘새소년’ 리드보컬인 황소윤의 개인 인스타그램. 공식 인스타그램에서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아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그다음에는 그 모든 사진을 지우더니 이제는 친구들과 스토리로만 논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 10명 태그 하기’를 해서 서로의 아이디를 태그 하고, 태그에서 빠지면 빠지는 대로 거기에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다시 그걸 스토리로 공유하면서 자기 의견을 덧붙여서 포스팅한다. 실없이 즐기면서 논다. 어느 순간 잔소리했다가 아들에게 차단당했기 때문에 지금은 아들이 어떤 걸 올리는지는 모른다. 다만 재미있거나 신기한 짧은 동영상 ‘릴스’를 만나면 엄마 차단을 해지하고 다이렉트메일(DM)로 보내준다.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이 DM을 통해서 진화했다. 연예인들은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와 협업할 때 DM을 보낸다. 잡지사에서 연예인을 섭외할 때도 메일보다 간단한 DM을 보낸다. 화려한 무늬가 가득한 옷을 만드는 후배 디자이너는 DM을 통해 패리스 힐턴 스타일리스트와 연결됐다. 아들은 카카오톡도 쓰고 페이스북 메신저도 사용하고 인스타그램 DM도 쓴다. 친구가 중요한 세대이기 때문에 친구가 카톡으로 연락하면 카톡으로 답하고,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로 하면 페메로, DM으로 하면 DM으로 답한다고 한다. 카카오톡은 어른들과 연결된 챗 방이다. 어른들이 무언가를 물어보고 답할 때는 카카오톡을 이용하지만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요즘 세대가 사용하는 플랫폼도 여러 가지다. 긴 콘텐츠를 볼 때는 유튜브를 본다. 요즘 세대는 또 유튜브를 통해 과거 콘텐츠를 다시 보기도 한다. 코미디 프로, 시트콤 등을 끝도 없이 소환해서 본다. 익명성과 글로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엑스’(전 트위터)다. 케이 팝 팬들도 많은 수가 엑스에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생기면 엑스에 가입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아이돌의 소식을 따라다닌다. 한 아이돌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면 바로 엑스를 탈퇴하기도 한다. 또 다른 아이돌의 팬이 되면 다시 가입한다. 인스타그램은 어떠한가. 다양한 방식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오래가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 계정 브릭그랜파의 모습. 젊은 춤꾼이 할아버지 얼굴 가면을 쓰고 춤추면서 스토리를 만들고 자신의 부캐도 창출해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제트세대가 왜 중요할까? 전세계 인구 중 26억 명이 제트세대라고 한다. 또한 한국 인구의 25%가 제트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취향에 기반한 소비를 한다. 남들이 다 산다고 휩쓸려 마구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것에 파고들어 소비한다. 내가 자전거에 관심이 있다면 깊게 파고들어 비싼 브랜드라도 돈을 모아서 투자한다. 옷이나 춤도 마찬가지다. 옷에 관심 있는 것은 단순히 예쁘고 멋있는 옷, 유명한 사람들이 디자인한 옷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방식의 하나다. 댄스 챌린지 역시 나를 표현하는 방식의 하나다. 같은 유행인데 그 근본은 좀 다르다.
모두 소통에 목마르다. 다만 방식이 다를 뿐이다. 유튜브도 댓글 놀이를 한다. 영상에 반응하는 댓글에 대댓글을 달면서 논다. 놀이처럼 풍자적으로 표현하거나 위트 있는 유머를 달면서 자기 존재를 표현한다. 일방적인 영상에 댓글 놀이를 통해서 ‘광장에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서로 떠드는 느낌’으로 논다. 놀면서 소통하면서 자기를 표현한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브릭그랜파(@brick_grandpa)라는 크리에이터를 보자. 그는 춤추는 크리에이터다. 그런데 스토리가 있다. 할아버지 얼굴의 가면을 쓰고 같은 옷을 입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한다. 언뜻 보면 할아버지인데 춤을 너무 잘 추니 궁금해서 본다. 혼자만 춤추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하고 같이 추는데 너무 잘 춘다. 소셜미디어에서 얼굴을 공개했는데 얼굴도 잘생겼다. 자기 얼굴로 춤춰도 될 텐데 캐릭터를 만들어서 춘다.
알고보니 그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애니메이터이자 마임 공연자다. 그의 정교한 춤동작은 마임에서 나왔고, 애니메이션을 구상하면서 벽돌할아버지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캐릭터를 이용해 실제 춤추는 할아버지로 변신했고, 얼굴 없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도 그가 춤추면서 ‘살아 있는 캐릭터’로 변했다. 그의 부캐는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는 ‘벽돌할아버지’로 최근 지오디(GOD) 콘서트의 오프닝 아티스트로 같이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요즘 세대는 하나의 자신이 아닌 여러 개의 자신을 탐험하면서 논다. 정말 자유롭고 신나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놀고 있다. 한마디로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며 노는 것이다. 하릴없이 소셜미디어에서 시간만 보낸다고 비난하기 전에 그들이 무얼 하고 시간을 보내는지를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자아를 찾아서 탐험하는 시간이자 다른 이들을 보고 교류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다정 메타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