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13일 별세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의 2016년 모습. 워싱턴/EPA 연합뉴스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이 별세했다. 향년 80. 고전신화, 종교, 자연 등을 주제로 퓰리처상, 전미도서상을 일찌감치 받아 미국 최고의 원로 시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사인은 암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지난 13일 루이즈 글릭이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19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롱 아일랜드에서 자란 글릭은 1968년 시집 ‘맏이’로 활동을 시작했다. ‘1인칭 개인 서사’의 시작으로, 지금껏 14권가량의 시집과 시론, 수필 등을 펴냈다. 그가 청소년기 앓았던 섭식장애,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학업까지 중단해야 했는데 이후 삶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다고 한다.
시집 ‘아킬레우스의 승리’로 전미비평가상(1985),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1993), ‘신실하고 고결한 밤’으로 전미도서상(2014)을 받은 데 이어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2020년 노벨문학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미국 시인으로는 T.S 엘리엇(1948년) 이후 첫 노벨문학상이었고, 여성 시인 수상자로는 비스와봐 쉼보르스카(폴란드, 1996년) 이후 두번째였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확고한 시적 목소리로 개인의 실존을 보편적으로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한림원이 인용한 시 ‘눈풀꽃’(시집 ‘야생 붓꽃’)은 겨울을 견디고 되살아나는 생명의 환희를 그리고 있다.
글릭은 노벨상 연설에서 “어떤 시인들은 많은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순차적으로, 반복해 미래에 도달하는 것을 보지만, 이들 독자들은 (결국) 어떤 심오한 방식으로 언제나 한명, 한명씩 다가온다”고 말했다.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이다. 한림원이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발표하며 특별히 언급한 시집 ‘아베르노’(2006)를 포함해, ‘
야생 붓꽃’, ‘신실하고 고결한 밤’이 시 번역 전문인 정은귀 교수의 번역으로 지난해 국내 처음 소개되었다.
“내가 살아남을 줄 몰랐어요,/ 대지가 나를 짓눌렀거든요. 내가 다시 깨어날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두렵냐고요, 네, 그래도 당신들 속에서 다시/ 외칩니다, 그래요, 기쁨에 모험을 걸어 보자고요,// 새로운 세상의 맵찬 바람 속에서.”(‘눈풀꽃’ 일부)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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