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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희도 인순이도 걸그룹…이 땅의 시스터즈들 다 모았다

등록 2023-09-26 15:20수정 2023-09-27 02:47

추석 연휴 삼대가 보기 좋은 뮤지컬 ‘시스터즈’
뮤지컬 ‘시스터즈’에서 김시스터즈가 공연하는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즈’에서 김시스터즈가 공연하는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그룹 블랙핑크는 지난 1년간 북미·유럽·아시아 등 34개 도시를 돌며 66회 공연을 펼치는 월드투어를 했다. 전세계 180만명의 관객이 이들의 무대에 홀렸다. 이들뿐이 아니다. 아이브·뉴진스·르세라핌·(여자)아이들 등 수많은 케이(K)팝 걸그룹들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기적과도 같은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울 종로구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시스터즈’(11월12일까지)는 그 기원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시작은 무려 20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수양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바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들고 박칼린 연출을 만났다. 둘은 윤복희, 인순이 등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다 이들 모두 걸그룹 출신임을 알게 됐다. 이들뿐이 아니었다. 우리 대중음악 역사에는 무수히 많은 걸그룹이 있었다. “그러지 말고, 모든 시스터즈들을 모아 한 무대에 세우면 어떨까?” 박 연출이 말했다, 2002년 가을이었다.

뮤지컬 ‘시스터즈’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즈’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박 연출과 전 작가는 역사 속 걸그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유튜브도 없던 시절,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존재를 확인한 걸그룹만 370여팀. 자료를 뒤지고, 당대 어르신들 증언을 모으고, 실제 주인공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렇게 해서 6팀을 추렸다. 둘은 머리를 맞대고 대본을 고치고 또 고쳤다. 화려한 춤과 노래를 앞세운 쇼 뮤지컬 장르로 확정하고, 6팀의 사연과 퍼포먼스를 촘촘히 엮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일 초연 무대의 막을 올렸다.

문을 여는 이들은 일제강점기 조선악극단의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한국 최초의 걸그룹 저고리시스터.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도 이 그룹 소속이다. 해방 뒤 이난영이 자신의 두 딸과 조카로 결성한 김시스터즈는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해 최초의 한류 바람을 일으킨다. 1960년대 이시스터즈는 ‘울릉도 트위스트’ 등으로 우리 국민들을 위로하고, 윤복희는 코리안키튼즈를 결성해 베트남에서 요즘 걸그룹보다도 화려한 전설의 무대를 만들어낸다. 1970년대 쌍둥이 자매 바니걸스는 국민들을 웃음 짓게 하고, 희자매는 인순이라는 걸출한 디바를 배출한다.

뮤지컬 ‘시스터즈’에서 바니걸스가 공연하는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즈’에서 바니걸스가 공연하는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에는 시대적 배경도 충실히 담았다. 저고리시스터의 이난영이 일제의 위협을 무릅쓰고 기거이 무대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나 윤복희의 코리안키튼즈가 베트남전 위문공연을 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 유신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시대상도 무대에 풀어냈다. 박 연출은 지난 19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중음악은 그 시대를 담아낸다. 사회적 맥락 없이는 대중음악이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사회적 이슈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에는 여자배우 6명과 남자배우 1명이 출연한다. 여자배우 6명은 걸그룹 6팀의 주역을 연기하는 동시에 다른 그룹의 조·단역도 맡는다. 주연과 앙상블(조·단역)을 확연히 가르는 일반적인 연출법과는 다르다. 박 연출은 “실제 걸그룹에는 센터도 있고 날개도 있다. 그들이 팀워크를 이뤄야 걸그룹이다. 배우들도 센터와 날개를 모두 연기해야만 걸그룹을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스터즈’ 연출과 공동 극본을 맡은 박칼린.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스터즈’ 연출과 공동 극본을 맡은 박칼린. 신시컴퍼니 제공

이를 위해 유연·신의정·김려원·선민·하유진·이예은·정유지·정연·이서영·홍서영 등 10명의 여자배우는 엄청나게 연습해야만 했다. 실제 김시스터즈는 미국의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하기 위해 20여가지 악기를 배워 직접 연주했다. 김시스터즈를 연기한 배우들도 밴조, 드럼, 클라리넷, 마림바 등을 연습해 무대에서 직접 연주한다. “혹독한 훈련 탓에 배우들은 저를 싫어해요(웃음). 그래도 다들 열심히 연습하고 잘 소화해내서 너무 사랑스러워요.”

지난 8일에는 이시스터즈의 김희선, 바니걸스의 고재숙, 윤복희가 직접 공연장을 찾았다. 박 연출은 ‘선생님들이 불만족스러워하시면 어쩌나’ 하며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직접 무대에 오른 실제 주인공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집에도 안 가고 주차장에서 박 연출을 기다린 윤복희는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치마 더 찢고 발을 더 높이 차야 해.”

지난 8일 뮤지컬 ‘시스터즈’를 보고 무대에 오른 실제 주인공들.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오른쪽으로 바니걸스의 고재숙, 이시스터즈의 김희선, 코리안키튼즈의 윤복희. 신시컴퍼니 제공
지난 8일 뮤지컬 ‘시스터즈’를 보고 무대에 오른 실제 주인공들.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오른쪽으로 바니걸스의 고재숙, 이시스터즈의 김희선, 코리안키튼즈의 윤복희. 신시컴퍼니 제공

‘시스터즈’는 추석 연휴에 삼대가 함께 보기에도 제격인 작품이다. 박 연출은 “추억을 지닌 어르신도, 케이팝을 좋아하는 젊은 층도 박수 치고 즐기면서 우리 역사에 이런 여걸들이 있었구나, 또 우리 뮤지컬계에 이런 대단한 배우들이 있었구나 하는 점을 느꼈으면 한다”고 바랐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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