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인 일론 머스크의 전기(‘일론 머스크’)에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서명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첫주 책 판매량이 소개된 엑스(옛 트위터). 23일 일론 머스크가 아래 답글을 달았다. 엑스 갈무리
이달 중순 32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일론 머스크의 전기가 미국 현지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다. 다만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는 완패했다. 둘은 한 세대 시차를 두고 세계적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데다 한 작가가 쓴 전기라는 공통점으로 각별히 비교되고 있다.
출판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서카나 북스캔을 출처로 한 외신들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전기 ‘일론 머스크’는 출간 첫주 9만2560권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출간 첫주, 38만2851권이 판매된 스티브 잡스 전기(‘스티브 잡스’)에 견주면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일론 머스크는 책 판매고에 대해 23일 그가 소유한 엑스(이전 트위터)에 “멋지다. 클로즈업된 내 사진이 너무 많아 좀 이상하긴 해도”라고 썼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엑스) 등을 경영하는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52)가 유명 작가 월터 아이작슨(71)에게 요청해 완성된, 이른바 그에 관한 단 하나의 공식 전기다. 아이작슨은 타임 편집장, 시엔엔(CNN) 최고경영자를 지냈던 이로 그 자신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스티브 잡스’ 또한 아이작슨이 의뢰받고 잡스가 전기 작업에도 함께 참여한 유일한 공식 전기로 소개된다. 두 전기는 전세계 삶의 질을 바꾼 두 혁신가를 상대로 숱한 단점과 역경, 이를 넘어서는 장점과 도전 따위가 3자의 객관화적 시도로 조밀히 분석됐다는 특징도 나눠 갖는다.
그럼에도 두 전기의 판매량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데엔 무엇보다 같은 ‘괴짜’일지언정 전혀 다른 성향의 차이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은둔형’ 스티브 잡스(1955~2011)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인 “Stay hungry, stay foolish”(언제나 갈망하라, 언제든 겸손하라)로 상징된다. 반면 사기꾼으로까지 공격받았던 ‘과시형’ 일론 머스크는 이 말로 축약된다. “저 때문에 감정이 상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지금은 사람들을 로켓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둘의 이러한 성향차가 독자들의 호감과 호기심을 크게 가른 것이다. 두 전기의 판매고 차이를 두고,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 서평가 론 찰스는 지난 22일 “잡스는 모두가 갈망한 휴대폰을 내놓은 반면 머스크는 모두가 싫어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아, 백인 우월주의자는 좋아한다-을 갖고 있다”고 한 이유로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을 한치도 훼손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17일 저녁 워싱턴 백악관 맞은편 갤러리에서 열린 ‘일론 머스크’ 출간행사에는 억만장자 자선사업가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 유명변호사 밥 바넷, 전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돈 그레이엄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관련 기사 제목은 “그들은 아이작슨은 좋아하고 머스크는 두려워한다”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가 후원하는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the Best Business Book of the Year) 최종후보(쇼트 리스트)에도 올랐다. 지난달 중순 발표된 15권 롱 리스트엔 없었으나, 심사위원들이 직권으로 추가한 결과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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