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뮤지컬 삼총사 ‘연출’한 신성우 “매너리즘 깨고 싶었다”

등록 2023-09-21 15:22수정 2023-09-21 18:48

“음악도 다시 시작하려 준비 중”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신성우. 이엘파크 제공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신성우. 이엘파크 제공

‘이건 뭐 연극도 아니고 콘서트도 아니고…, 내 취향 아니네.’

신성우는 뮤지컬 출연 제의에 심드렁했다. 1992년 ‘내일을 향해’로 데뷔한 이후 ‘서시’(1994)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당대 최고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을 때였다. “그때만 해도 록스피릿이 충만했죠.”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난 신성우가 당시를 떠올렸다.

어느 순간부터 인기 가수 자리가 버거워졌다. 몸은 피곤한데 끌려가듯이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음악 하면서 제가 행복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지치고 답답해하던 그때, 뮤지컬 ‘드라큘라’ 대본이 들어왔다. 우선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대본도 좋았다. ‘돌파구 삼아 한번 해봐?’ 드라큘라 역으로 첫 공연을 하고 나서 콘서트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불덩이가 몸 안에서 솟구치는 걸 느꼈다. ‘이게 뭐지? 뮤지컬에 좀 더 깊숙이 젖어보자.’ 1998년의 일이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신성우. 이엘파크 제공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신성우. 이엘파크 제공

이후 가수보다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중심추가 이동했다. ‘잭 더 리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 특히 2009년 초연부터 인연을 맺은 ‘삼총사’는 각별하다. 지난해 여덟번째 시즌까지 재연(2010) 빼고는 모두 아토스 역으로 출연했다. 프랑스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체코 뮤지컬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재창작한 ‘삼총사’는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2013~2014년 일본에서도 공연해 케이(K)뮤지컬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15일 아홉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삼총사’(11월19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 신성우는 출연하지 않는다. 대신 연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뮤지컬 연출은 ‘잭 더 리퍼’ 최근 두 차례 시즌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삼총사’ 연출을 맡은 건 “매너리즘을 깨고 싶어서”다.

“‘삼총사’는 달타냥과 삼총사의 캐릭터 밸런스가 특히 좋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오랜 기간 성공에 젖어들면서 캐릭터 본연의 색깔보다 배우의 색깔과 개성이 더 도드라지는 상황에 이르렀어요. 캐릭터를 제자리로 되돌리고 클래식 작품으로 오래 생존할 수 있도록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뮤지컬 ‘삼총사’ 연출을 맡은 신성우가 연습실에서 배우들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컨텐츠 제공
뮤지컬 ‘삼총사’ 연출을 맡은 신성우가 연습실에서 배우들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컨텐츠 제공

이번 시즌에는 이건명(아토스), 김신의(아라미스), 장대웅(포르토스) 등 기존 배우에다 새 배우도 대거 합류했다. 가수 박장현·후이(펜타곤)·유태양(에스에프나인)이 새로운 달타냥이 됐다. 신성우는 자신과 같은 가수 출신 배우에게 “아이돌이 하면 얼마나 하겠냐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관객들 편견을 깨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돌 친구들은 카메라와 조명에 익숙해서 표현에 자신감이 있어요. 다만 표현 방법이 미비할 뿐이죠. 그걸 깨뜨려주면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수 있어요. 각자 잘하는 걸 더 잘하게끔 돕는 게 제 일이죠.”

그는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연출 맡고 3주 만에 대만 공연(8월18~20일)을 했어요. 다행히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피로가 싹 풀렸죠. 짧은 기간에 잘 따라와 준 배우들이 고마웠어요. 한국 오니 당장 닥친 개막 준비에 고민이 잔뜩 쌓이더군요. 그래도 반응이 좋아 또 피로가 풀렸어요. 아빠와 서먹하던 사춘기 지난 아들이 공연 보고 나가면서 아빠 팔에 매달려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행복을 줬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해졌어요.”

신성우(맨 오른쪽)가 이전 ‘삼총사’ 공연에 출연한 모습. 글로벌컨텐츠 제공
신성우(맨 오른쪽)가 이전 ‘삼총사’ 공연에 출연한 모습. 글로벌컨텐츠 제공

지난 2016년 결혼한 신성우에게도 2017·2022년생 두 어린 아들이 있다. 그가 ‘잭 더 리퍼’ 때처럼 출연과 연출을 겸업할 수 있었는데도 이번에 연출만 한 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백석대 뮤지컬 전공 학과장을 맡아 일주일에 이틀 강의하고, 공연 연출하고, 배우로 출연까지 하면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을 것 같았어요. 요즘 집에 가면 아이들 목욕시키고 재우는 게 제 일입니다.”

그는 요즘 음악도 조금씩 만들고 있다. 그가 노래를 발표한 건 2011년 드라마 ‘무사 백동수’ 오에스티(OST) ‘고여’가 마지막이다. “이제 인기가수는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내가 행복해지는 음악을 하려고 해요. 조만간 밴드 하는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해보기로 했어요. 좀만 더 기다려주세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조각가로서 전시회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원래 독일 유학 가서 조각 공부를 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우연히 가수가 됐거든요. 그러다 뮤지컬에 발을 들여 이렇게 됐죠. 앞으로 또 어떤 계기가 올진 모르지만, 항상 굴러가는 예술인이 될 겁니다. 이끼는 안 낄 것 같아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1.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김수미가 그렸던 마지막…“헌화 뒤 웃을 수 있는 영정사진” 3.

김수미가 그렸던 마지막…“헌화 뒤 웃을 수 있는 영정사진”

‘폐기 선고’ 책 45만권 ‘구출 작전’…결국 27만권은 과자상자가 됐다 4.

‘폐기 선고’ 책 45만권 ‘구출 작전’…결국 27만권은 과자상자가 됐다

‘일용 엄니’ 배우 김수미 별세…향년 75 5.

‘일용 엄니’ 배우 김수미 별세…향년 75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