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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살 정우성이 만든 조폭액션…비장미 빼고 ‘시답잖은 웃음’

등록 2023-08-14 13:44수정 2023-08-18 10:58

상업영화 첫 연출작 ‘보호자’
‘보호자’로 장편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정우성.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보호자’로 장편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정우성.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정우성은 1990년대 흥행작 ‘비트’(1997)를 통해 청춘스타로 부상하면서 팬들에게 오랫동안 반항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영화 속 스무살 ‘민’보다 둥글어진 얼굴의 쉰살 정우성의 입에서 오랜만에 “반항”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에 대해 정우성은 “한국 상업영화의 클리셰(상투성)에 대한 반항심으로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풍 ‘카눈’이 지나가던 지난 10일 오전 온라인 화상으로 정우성을 만났다.

정우성 감독은 “많은 한국영화들이 여러 레퍼런스(참조작)를 이어 붙여놓은 듯한 작품에 ‘상업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을 상실한 느낌이 들었다”며 “‘보호자’는 단순하고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 감독의 다른 관점을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정우성이 직접 주연으로 연기한 수혁은 사람을 죽이고 10년 뒤 출소한 인물로 몸담았던 폭력조직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조직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복역 중 딸이 태어난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아이 엄마가 사고로 죽고 수혁은 납치된 딸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조직과 맞선다.

‘보호자’.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보호자’.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정 감독의 말마따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는 계속해 예상했던 길을 어긋나 걷는다. 처음 수혁의 살인 장면을 빼고는 흔한 조폭 액션처럼 우수수 사람이 쓰러지거나 죽어 나가지 않는다. 수혁을 괴롭히는 성준(김준한)은 악랄한데 허술하고 세탁기(김남길)도 킬러라는 직업이 무색할 정도로 실없을 때가 많다. 수혁 역시 카체이싱(자동차 추격)과 격투 등 다양한 액션을 보이지만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멈추는 느낌이다. 관객에 따라서는 ‘뜨뜻미지근한’ 액션영화로 보일 만하 다. 정 감독은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수혁이 원치 않게 폭력을 써야 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까가 중요했다”면서 “그 상황에서 겪는 감정적 아이러니를 연출로 보여주고 싶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감정적 아이러니는 성준에 대한 측은함, 세탁기와의 연대 아닌 연대로 이어지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승리의 쾌감이나 비장함 대신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정우성은 ‘보호자’를 “액션 누아르가 아닌 감성 액션 또는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일을 하면서 종종 사회적 이슈에 이름이 거론되다 보니 진지한 이미지로 각인된 측면이 있지만 시답잖은 웃음 같은 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웃었다.

‘보호자’ 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한 배우 정우성.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보호자’ 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한 배우 정우성.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년 전 그룹 지오디(god)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단편 영화 경력도 있지만 이번 상업영화 감독 데뷔는 우연히 이뤄졌다. 본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가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덜컥 메가폰을 이어받았다. “‘딱 내 적성인데’ 싶을 만큼 감독 의자에 앉는 게 재밌”기도 했지만 “감독으로서 입증해야 하는 순간”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동료로 친근했던 배우들에게 “감독으로 내 모습이 어떻게 보여야 할지, 단지 동료 간의 친근감이 아니라 감독과 배우로서의 신뢰를 어떻게 쌓아가야 할지 고민이 컸다”고 했다.

‘보호자’는 15일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헤비급 상대인 ‘오펜하이머’와 맞붙는다. 정 감독은 선장으로 첫 배를 띄우는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각 영화가 가진 개성과 매력이 달라서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관객들의 선택지에 ‘보호자’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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