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드라마 ‘토지’(KBS)는 극 중 20대 임명희와 30대 이후 임명희를 서로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 30대 이후 임명희를 맡은 이경표는 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잘 살려 드라마 인기에 큰 몫을 했다. 이후 1990년부터 8년간 방영한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시즌1에서는 농촌에 사는 맏며느리로 등장해 일상 연기로 친근함을 자아냈다.
다채로운 분위기로 사랑받았던 배우 이경표가 지난 12일 오전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1. 고인은 1980년 동양방송(TBC) 23기 탤런트로 데뷔해 방송사 통폐합 이후 한국방송에서 활약했다. 1982년 ‘우둥불’, 1983년 ‘금남의 집’, 1990년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2002년 ‘장희빈’ 등에 출연했다. 사실상 마지막 주연작인 2005년 오시엔(OCN) 시트콤 ‘가족연애사’에서는 욕망에 충실한 엄마로 배우 활동 막바지까지 늘 새로운 역할을 추구했다.
그는 2000년대 후반에 배우 생활을 은퇴하고 사업가로 살아왔다. 그는 2017년 티브이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해 “오래 쉬니까 사람들이 나를 잊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같은 프로그램에 다시 나와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다”는 근황을 밝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 오전 8시.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