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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든 게 별난 나라…K팝 야단스럽지만 정말 잘 해왔죠”

등록 2023-08-10 08:00수정 2023-08-14 01:15

인터뷰 l 음악축제의 ‘금손’ 마틴 엘본
마틴 엘본. 연합뉴스
마틴 엘본. 연합뉴스

영국 남서부 서머싯에서 1970년부터 열려온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은 영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이자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페스티벌로 손꼽힌다. 오랫동안 이 축제의 주요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메인 부커’로 페스티벌이 명성을 쌓는 데 기여해온 마틴 엘본은 한국 음악 축제 ‘디엠지(DMZ) 피스트레인’의 아이디어를 내면서 초대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 팝의 고고학’ 공동 저자인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달 초 홍콩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이어 허브’에서 마틴 엘본을 만났다.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은 라이브 음악의 팬들이라면 성지순례 장소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주요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는 메인 부커인 마틴 엘본이라는 이름을 모를 수 없다. 그가 몇년 전부터 한국의 ‘잔다리 페스타’와 ‘디엠지 피스트레인’에 관여하면서 한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엘본은 1980년대 초 브리스틀에서 영국 밴드 제네시스의 전 멤버였던 피터 게이브리얼과 ‘워매드(WOMAD) 페스티벌’을 조직했고, 1980년대 중반에는 런던에서 록밴드 뉴오더와 스미스의 라이브 공연 프로모터로 일하다가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처음에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로, 나중에는 페스티벌 소속의 부커로 참여했다. 그 과정을 통해 2000년대 이후 영국의 브라이턴, 캐나다 몬트리올,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 인도 등에서 그의 어드바이스를 받은 페스티벌이 잇따라 생겨났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이런 ‘확장’, 무엇보다 아시아로 확장의 의미가 무엇인지다. 그가 이런 일로 직접 수익을 올리는 것은 별로 없으니 ‘비즈니스의 확장’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지만, 그가 만든 모델에 의존하는 페스티벌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의 ‘엔에이치7(NH7) 위켄더’(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해마다 열리는 음악 축제)는 ‘글래스턴베리 같은 페스티벌’을 만들기 위해서 그를 초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지금 당신에게 아시아는 얼마나 중요한가” 하고 물어보았더니 “아시아는 점점 더 세계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간다”와 “아시아를 하나의 공간으로 대하지는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 7월 홍콩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이어 허브’에서 만난 영국 글래스턴베리 ‘메인 부커’ 마틴 엘본과 필자 신현준씨. 신현준 제공
지난 7월 홍콩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이어 허브’에서 만난 영국 글래스턴베리 ‘메인 부커’ 마틴 엘본과 필자 신현준씨. 신현준 제공

한국에 대한 ‘솔직한’ 인상을 묻자 “정말 별난(quirky) 사람들, 별난 스타일이 있는, 모든 것이 별난, 재밌고 매력적인 나라”라고 했다. 그 별난 한국에서도 더욱 별난 장소가 2017년 방문했던 비무장지대(디엠지)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가 페스티벌을 바로 제안하고 그게 결국 디엠지 피스트레인으로 성사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별난 나라의 별난 사람들이 일군 자생적 역량이 바탕이 되고, 그의 국제적 추진력이 더해져서 명시적으로 평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음악 페스티벌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 평화로 가는 기차는 구불구불한 철도를 지나면서 마치 탈선할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래서 당신이 말하는 평화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는 발칸반도의 북마케도니아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과거의 무거운 짐을 제거하려고, 음악을 통해 서로 도우려 하는” 사례를 비롯해 자신이 관여하는 평화 프로젝트들에 대해 설명했다. 디엠지 피스트레인 첫해인 2018년 북한 밴드(악단)를 초청하려고 노력했던 일화를 말하더니 “북한 음악인들이 피스트레인에 오면 정말 좋겠다”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의 생각이 ‘낭만적’이라고 평하기 전에 한국인의 상상력이 무언가에 묶여 있고, 평화를 ‘민족’의 문제로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치는 순간이었다.

그가 케이팝은 좋아할까? 그가 한국의 록이나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고, 잠비나이와 이디오테잎 등은 이미 글래스턴베리 무대에 섰다. 케이팝은 올해 블랙핑크가 미국에서 ‘코첼라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섰지만, 글래스턴베리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케이팝은 조금 야단스럽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정말 잘해왔죠. 라이브로 퍼포먼스를 하면, 케이팝이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것은 오케이입니다.”

신현준/대중음악 연구자·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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