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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내한 브루노 메이저 “BTS 뷔 내 노래 추천해줘 감사”

등록 2023-07-27 15:08수정 2023-07-27 19:36

3집 ‘콜롬보’ 발표…8월10~11일 내한공연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 닐 크루그·이엠에이(EMA) 제공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 닐 크루그·이엠에이(EMA) 제공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차로에서 다른 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빈티지 1978년식 메르세데스 벤츠 보닛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다행히 몸은 안 다쳤지만, 아끼던 차 ‘콜롬보’가 반파됐다. 티브이(TV) 시리즈 ‘형사 콜롬보’에서 따 붙여준 이름이었다. 콜롬보에 몸을 싣고 이곳저곳 파티에 다니며 매일 밤을 하얗게 불태우던 생활도 이젠 끝이었다.

앞서 2020년 초,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손발이 묶이자 런던에서 고향 노샘턴의 부모님 집으로 갔다. 처음엔 편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자라났다. 그는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매일 하던 창작 활동도 손을 놔버리니 자아가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코로나 봉쇄가 풀리자마자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자유를 만끽한 건 그래서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고삐 풀린 삶이 멈추고 말았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 닐 크루그·이엠에이(EMA) 제공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 닐 크루그·이엠에이(EMA) 제공

콜롬보가 실려 간 자동차수리센터 맞은편에 앉아 버번 위스키를 들이키던 그에게 온갖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어닥쳤다. “너무 아끼던 차가 그렇게 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그는 그 자리에서 곡을 쓰기 시작했다. “오, 콜롬보, 콜롬보/ 이젠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야/ 눈물을 참고 울지 마”로 시작하는 노래 ‘콜롬보’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로부터 6개월간 여러 노래들을 쏟아냈고, 이를 모은 것이 지난 21일 발표한 3집 ‘콜롬보’다.

메이저는 7살부터 기타를 쳤다. 20살 넘어 음악으로 성공하고자 런던으로 간 그는 재즈와 작곡을 공부하고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어느 날 자신이 만들고 부른 노래를 온라인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더니 여러 음반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 대형 음반사의 제안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명 프로듀서, 초호화 밴드와 스튜디오 녹음까지 진행했지만, 음반사는 무슨 이유에선지 발매를 포기했다. 그나마 앨범 만드는 법을 터득한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 닐 크루그·이엠에이(EMA) 제공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 닐 크루그·이엠에이(EMA) 제공

낙담하고 영국 집으로 돌아온 메이저는 부엌에 앉아 마이크, 기타, 드럼머신(비트를 만드는 전자악기)으로 곡 작업을 시작했다. 한달에 한곡씩 발표하기로 마음먹었다. 2016년 8월 첫 싱글 ‘우든트 민 어 싱’을 시작으로 이듬해 8월 ‘온 아워 오운’까지 1년간 12곡을 내놓았고, 이는 2018년 첫 정규 앨범 ‘어 송 포 에브리 문’으로 묶여 발매됐다. “우주의 순환이 박자에 딱 맞아떨어지듯 제 음악 발매도 일정한 박자에 맞추고 싶었어요. 넉달쯤 되니 부담되기 시작했고, 계속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됐죠. 어떻게든 1년을 채웠는데, 그동안 다른 건 하나도 못했어요.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해요.”

재즈를 바탕으로 하면서 팝, 알앤비(R&B), 블루스, 솔, 포크 등 여러 요소들이 섞인 감미로운 음악은 귀 밝은 청자를 사로잡았다. 1집의 ‘이질리’와 2집 ‘투 렛 어 굿 싱 다이’(2020)의 ‘나싱’과 ‘리젠트 파크’가 특히 큰 사랑을 받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뷔는 1집의 ‘플레이시스 위 원트 워크’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며 추천한 데 이어, 라디오 방송에 사연을 보내 ‘나싱’을 신청하기도 했다. 메이저는 “그때 뷔와 에스엔에스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억이 난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제 음악을 커버하거나 추천했다는데, 모두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의 3집 앨범 ‘콜롬보’ 표지. 이엠에이(EMA) 제공
영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메이저의 3집 앨범 ‘콜롬보’ 표지. 이엠에이(EMA) 제공

이번 3집은 음반 매장에서 우연히 접하고 반한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앤디 쇼프를 비롯해 빌리 조엘, 폴 사이먼, 바흐의 영향을 받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앨범의 시작점이 된 ‘콜롬보’를 비롯해 특유의 감성과 진성·가성을 넘나드는 보컬이 어우러진 발라드 ‘어 스트레인지 카인드 오브 뷰티풀’, 끓어오르는 듯한 감정의 알앤비 곡 ‘텔 허’,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바치는 곡 ‘티어스 인 레인’ 등 12곡이 담겼다.

메이저는 새달 10~1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2018년 첫 내한공연 이후 5년 만이다. 애초 1회 공연 예정이었으나, 반응이 뜨거워 하루 더 늘렸다. “한국 문화와 영화를 좋아해요. 최근 영화 ‘올드보이’를 보며 한국인과 영국인 정서가 통한다는 확신을 느꼈어요. 영국에서도 한국식당을 자주 찾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데, 다음 달 가서 먹을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네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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