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 장면. 한국방송 영상 갈무리
만화 <검정고무신> 캐릭터 기영이, 기철이 등 9종에 대해 저작권 등록 말소 처분이 내려졌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 12일 <검정고무신>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직권으로 말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위원회는 처분의 근거로 “등록을 신청할 권한이 없는 자가 등록을 신청”한 점을 들었다.
앞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저작권위원회에 <검정고무신> 캐릭터 저작권 등록에 문제가 있다고 신고했다. 공동저작자에 이우영·이우진 작가뿐 아니라 캐릭터 업체 형설앤의 장진혁 대표도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저작권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장진혁 대표는 저작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영 작가는 형설앤과 3년 넘게 저작권 분쟁을 벌여오다 지난 3월11일 숨을 거뒀다. 형설앤은 캐릭터에 대한 공동 저작권 등록, 사업권 계약 등을 근거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 반면, 이우영 작가는 캐릭터를 자신의 창작물에 활용했다는 이유로 장진혁 대표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등록 말소가 당장 <검정고무신> 사태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분쟁의 주요 쟁점은 저작권 자체보다 캐릭터 사업 계약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가족과 만화계는 이번 결정에 반가움의 뜻을 나타냈다.
이우영 작가의 동생이자 <검정고무신> 공동작가인 이우진 만화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한다. 아직 소송이 끝나지 않았고, 대책위를 만들 때 약속한 추모사업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 할 일이 많다. 불공정 계약 관행 속에서 고통받는 창작자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책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광철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창작에 관여하지 않은 사업자가 공동저작권을 주장하는 불공정 유형이 늘고 있는데, 이번 <검정고무신> 캐릭터 저작권 말소는 ‘창작자가 저작자’라는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시켜준 중요한 사건”이라고 짚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