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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 16억 ‘시인의 거리’ 1호 시인은 박강수 마포구청장

등록 2023-07-18 05:00수정 2023-07-18 21:29

상암 하늘공원 내 사철 꽃길 조성
구·시비 16억원…시 50편 표지판에
구청장 표지석 뒤 ‘시인 박강수’
김영미 구의회의장 시도 포함
서울 마포구 박강수 구청장이 상암 하늘공원에 조성한 ‘시인의 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시 표지판(‘사랑’) 앞에서 웃고 있다. 지난 6월14일 촬영된 마포구 홍보사진
서울 마포구 박강수 구청장이 상암 하늘공원에 조성한 ‘시인의 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시 표지판(‘사랑’) 앞에서 웃고 있다. 지난 6월14일 촬영된 마포구 홍보사진

서울 마포구가 최근 월드컵공원에 조성한 난지 테마관광 숲길에 박강수 현 구청장 본인의 시가 전시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마포구는 16억원 예산의 이 숲길을 새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에 사철 개화하는 꽃무릇과 상사화 등으로 특화거리를 조성해 “길가에는 시 50편을 전시해 꽃을 즐기며 시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미고 ‘시인의 거리’라는 이름도 붙였다”고 알렸다.

마포구는 “박강수 구청장 공약사항”으로 지난해 10월께 해당 사업을 착수해 100m당 1억원씩 모두 16억원(서울시 6억원 포함)의 예산을 투입한다. ‘난지도 복합문화관광단지 조성’ 공약을 말하는 것으로, 환경학교, 천문대, 돔 스키장 설치가 주요 이행안이었다.

숲길은 현재 1㎞에 이르며 연말까지 서울시 예산으로 조성할 0.6㎞가 더해지면 총 1.6㎞, 9천㎡ 규모로 완성된다. 마포구는 “개화 상황과 시기 등을 고려해 축제를 여는 등 난지 테마관광 숲길을 마포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14일 현장을 가보니 시 50편은 캘리그래피와 함께 2~3m 간격으로 세워진 표지판에 꾸며졌다. 입구 표지석엔 “…슬픈 역사의 난지도는 가고 주민들 웃음소리의 꽃길로 남겠습니다. 2023.7.1 마포구청장 박강수”라고 쓰여있다.

표지석으로부터 처음 배치된 게 ‘시인 박강수’의 시다. 박 구청장이 대표를 지낸 시사포커스에서 펴낸 <그대 머무르는 곳에>(2014)에 수록된 글이다.

‘난지 테마관광 숲길’의 준공식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박강수 구청장의 시 ‘사랑’이 최종 게시된 모습. 지난달 구가 홍보할 당시의 시 표지판에서 캘리그래피 등이 더해지며 더 세련되게 바뀌어 있다. 준공식은 18일 오후 5시 예정되어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난지 테마관광 숲길’의 준공식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박강수 구청장의 시 ‘사랑’이 최종 게시된 모습. 지난달 구가 홍보할 당시의 시 표지판에서 캘리그래피 등이 더해지며 더 세련되게 바뀌어 있다. 준공식은 18일 오후 5시 예정되어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깊게 어둠이 드리우고/ 바람 속에 냉기마저 자리해도/ 지하로 떠밀려 온 노숙자의 하루 앞에/ 어린 아이의 동전 하나 그 시선 속의 온기/ 나는 사랑을 본다.//…// 사랑 아니면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누구도 혼자가 아님을/ 추한 것마저 아름답게 만드는/ 사랑을 꿈꾼다./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그 날/ 나는 사랑을 본다”(‘사랑’ 부분)

‘시인의 거리’ 들머리에 이를 기리는 박강수 구청장 명의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게시된 첫 시가 박강수 구청장의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시인의 거리’ 들머리에 이를 기리는 박강수 구청장 명의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게시된 첫 시가 박강수 구청장의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전시된 시들은 마포문화원과 마포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마포지부)가 선정했다고 한다. 주영화 마포구 공원녹지과장은 “일반 공모는 상금을 줘야 해 하지 않고, 협회에서 회원 등에게 응모하도록 해 접수된 54편 중 50편을 선정했다. 외부 인사가 포함된 심사위에서 게시가 적당한지, 좋은 시인지 주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내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주 과장은 현 구청장의 시 게시가 적합한지 묻는 질문에 “누구의 시인가보다 주민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시인지가 중요하다. 구청장도 몇 권의 시집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정된 시 50편엔 외부 심사위원이었던 김종상 시인과 박영률 시인의 시, 마포문인협회장인 김시동 시인의 시도 포함됐다. 마포문인협회장 출신의 박정수 마포문화원 부원장은 17일 <한겨레>에 “구청장과 김영미 마포구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에겐 제가 응모하라고 얘기했다”며 “(처음부터) 선정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3월30일 열린 마포문인협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해 “마포에 수많은 훌륭하신 분들의 글들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읽고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난지도 메타세콰이어길에 ‘시인의 거리’를 만들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글들에 ‘시인 박강수’의 시도 포함된 셈이다.

한편 마포구는 그간 10년가량 거르지 않고 매해 1천만~2천만원씩의 보조금을 지급해오던 와우북페스티벌(올해 10월6~8일)에 대한 예산 지원을 올해 중단했다. 서울시도 지원한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 생긴 중복지원 금지 규정 때문인데, 2022년엔 서울시와 마포구가 함께 지원했다. 2005년 시작된 와우북페스티벌은 마포구 및 서울시의 대표 예술축제로 홍보, 간주되어 왔다.

난지 테마관광 숲길 준공식은 18일 오후 5시 예정되어 있다. 박 구청장은 “과거 쓰레기 더미였던 난지도가 이렇게 사시사철 꽃이 피고 시가 흐르는 곳으로 변신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서울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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