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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랍 문화 욕보인 드라마 ‘킹더랜드’…시청자 비판 쇄도

등록 2023-07-11 14:53수정 2023-07-12 02:49

<킹더랜드> 갈무리.
<킹더랜드> 갈무리.

아랍 왕자 사미르가 술집에서 여성 세명에 둘러싸여 있다. 가벼운 스킨십도 한다. 그의 친구 구원(이준호)에 따르면, “클럽에서 여자 끼고 노는 바람둥이”에 “결혼을 두번 했나? 세번 했나?” 사미르는 구원의 호텔에 투숙한 뒤 직원 천사랑(임윤아)한테 반해 구애도 한다.

지난 8~9일 드라마 <킹더랜드>(JTBC)에 사미르가 등장한 뒤 아랍권 시청자들의 비난 글이 쇄도한다. 아랍 문화를 무시하고 아랍 왕자를 황당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회사나 학교 등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는 한 누리꾼은 개인 블로그에 “이슬람에서는 술을 마시고 판매하는 장소에 가는 것은 금지”라며 “만약 술집에 갔다고 하더라도 누가 자신의 종교를 그대로 드러내는 전통 복장을 하고 가겠느냐”고 밝혔다. 구원 본부장이 호텔에서 사미르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식사 자리에 와인을 곁들인 것도 문제가 됐다.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아랍 국가에서 술은 외교 문제로도 번지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킹더랜드> 제작진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 등은 가상의 설정이며, 특정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지만, 방영 내내 “아랍 왕자”라는 말이 등장했다. <주몽> <대장금>은 이란에서, <허준>은 이라크에서 사랑받는 등 한국 드라마는 아랍권에서 오래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에는 아랍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의견을 올리는 공간도 따로 있다.

더 큰 문제는 아랍 왕자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새롭지도 않고 의미도 없었다는 점이다. <킹더랜드>는 임윤아와 이준호가 만나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1회 뚜껑을 열자마자 유치한 내용의 연속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개인적인 아픔을 지닌 ‘본부장’ 남자 주인공이, 씩씩하고 똑 부러지는 ‘서민’ 부하 직원을 만나 행복해지는 설정은 2000년대 드라마 단골 소재다. 맥반석 계란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세상 물정도 모르는 구원은 제 성질대로만 하려 드는 떼 쓰는 아이 같다.

천사랑의 친구인 승무원 오평화(고원희)와 이로운(김재원)을 연결해주려고 등장한 ‘비행 중 승객 옷’ 사건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황당한 사례다. 오평화의 후배 승무원은 승객이 “옷 좀 걸어달라”는 말을 “버려달라”로 듣고 기내 휴지통에 버린다. 한 시청자들은 “비행기 타자마자 자신이 입고 온 재킷을 버려달라는 손님이 어디 있느냐”며 “실제로 있었다 하더라도 두 남녀를 연결하는 에피소드로 사용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킹더랜드>는 방영 초반 호텔리어 천사랑을 통해 싫어도 웃어야 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지만, 갈수록 내용 없는 전개와 과장된 설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시청률은 1회 5.1%에서 가장 최신 회차인 8회가 12.3%(이상 닐슨코리아 집계)로 상승 중이다. 이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한 시청자는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임윤아와 이준호가 함께 나오는 장면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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