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철학 에세이 <삶의 격> 등으로 유명한 철학자 페터 비에리가 지난주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향년 79. 출판사 은행나무는 5일 저녁 페터 비에리가 지난 6월27일 타계했다는 소식을 저작권사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알렸다.
소설가로선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을 1995년부터 사용해온 페터 비에리는 1944년 스위스 베른 출신으로 영국과 독일에서 공부했다. 독일 하이텔베르크 대학(철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선 마르부르크 대학, 베를린자유대학 등지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조기 은퇴했다. 대학에 팽배해진 자본주의 논리에 지친 탓이다.
2001년 철학서 <자유의 기술>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14년 <삶의 격>으로 독일 최고의 철학 에세이에 주는 트락타투스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2004년 출간 이후 독일어권서 200만부가 팔렸다. 전세계 3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선 2~3년간 번역가를 못 찾았다가 전은경 번역가가 옮겨 2007년 소개될 수 있었다. 16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언어의 무게>(2020)가 유작이 되었다. 성공한 출판업자 사이먼 레이랜드가 잘못된 시한부 판정 뒤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