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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부서져도 다시 밀려오는 록의 파도, 보컬리스트 김바다

등록 2023-06-20 14:17수정 2023-06-21 02:49

뱅크∙시나위 거치며 대중적 인기 누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하며 록커 자존심 지켜가
록 보컬리스트 김바다. 마포아트센터 제공
록 보컬리스트 김바다. 마포아트센터 제공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고 했던가. 그는 바다가 자신을 살렸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연이 막힌 3년 전, 숨길이 막힌 듯 답답했던 그는 강원도 속초로 이사했다. 속초는 북에서 내려온 할아버지가 정착했던 곳. 어릴 적부터 자주 찾았던 속초는 그에게 ‘마음의 고향’이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거닐거나 강아지를 풀어놓고 지켜보던 시간이 무대에 서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메워준 것 같아요. 그래서 살 수 있었죠.” 지난 16일 서울 아현동 서울마포음악창작소에서 만난 김바다가 말했다.

28년 전, 그가 다시 태어난 곳도 속초 바다였다. 언더그라운드 밴드 활동을 하던 그는 1995년 그룹 뱅크로 데뷔했다. 설처용이 그의 활동명이었다. ‘가질 수 없는 너’가 히트할 조짐이 보이자 그는 잠적해버렸다. 발라드 가수로 굳어져 록을 못할까 봐 두려워서였다. 속초에 숨어 지내는데, 신대철이 이끄는 밴드 시나위가 찾아왔다. 손성훈이 나간 보컬 자리에 그를 영입하고 싶다고 했다. 대포항 바닷가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의기투합하던 중 누군가 물었다. “본명 김정남으로 활동할 거야?” 바다를 보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김바다로 하죠.” 로커 김바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록 보컬리스트 김바다. 마포아트센터 제공
록 보컬리스트 김바다. 마포아트센터 제공

김바다가 직선적이고 힘 있는 보컬로 부른 ‘크게 라디오를 켜고’, ‘은퇴 선언’ 등은 시나위의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시나위 7집을 마지막으로 1999년 밴드를 나왔다.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시나위와는 다른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글램록을 하려고 만든 밴드 나비효과는 애초 의도와 달리 가요 발라드 스타일의 ‘첫사랑’을 타이틀곡으로 한 1집을 2003년 발표했다. ‘첫사랑’은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원했던 록 페스티벌 대신 지상파 음악방송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어차피 발라드 할 거면 뱅크에서 왜 나왔지?’ 되물으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이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져 나비효과 2집에서 전자음악을 앞세우는 파격적 실험을 했다. 소속사 대표는 음악이 너무 난해하다며 홍보 활동을 포기했다. 앨범은 묻혔고, 밴드는 해체했다.

뒤늦게 진가를 인정받은 나비효과 2집은 최근 한정판 엘피(LP)로 재발매됐다. 보너스 트랙으로 1집의 ‘첫사랑’ 2023년 버전과 ‘하늘빛’ 어쿠스틱 버전도 넣었다. “‘첫사랑’은 내게 정체성 혼란을 줬지만, 새로운 실험의 계기가 되기도 했죠. 이젠 내 스토리의 일부가 된 ‘첫사랑’을 너무 사랑해요. 지금은 ‘첫사랑’을 여리여리한 발라드가 아니라 넓고 큰 메아리가 있는 노래로 불러요. 앞으로 공연에서도 자주 부르려고요.”

록 보컬리스트 김바다. 마포아트센터 제공
록 보컬리스트 김바다. 마포아트센터 제공

나비효과 이후 그는 전자음악을 더 깊고 완성도 있게 발전시킨 밴드 레이시오스로 활동했다. “2008년 1집 수록곡 ‘이모셔널 컴퓨터’는 지금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곡”이라고 그는 자부했다. 2010년에는 전자음악의 감성에 연주의 즉흥성을 더한 밴드 아트 오브 파티스로 앨범을 발표했다. 그는 보컬에다 베이스까지 치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솔로 또는 자신의 이름을 딴 4인조 밴드 바다(BAADA)로 지치지 않고 활동해왔다. 시나위 시절부터 불러온 모든 노래를 어쿠스틱 사운드로 풀어내는 ‘김바다 언플러그드’ 프로젝트 밴드도 있다. 지난해 1세대 래퍼 엠시(MC) 메타 등과 함께 록과 힙합을 결합한 ‘블랙 벨벳 필’이란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요즘은 힙합 래퍼 유령, 록 밴드 울(WUL)의 새 앨범 프로듀싱도 하고 있다.

2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기획공연 ‘어떤가요: 3 로커스’에 출연하는 김바다(왼쪽부터), 김종서, 김상민. 마포아트센터 제공
2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기획공연 ‘어떤가요: 3 로커스’에 출연하는 김바다(왼쪽부터), 김종서, 김상민. 마포아트센터 제공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지금, 그는 속초 집과 서울을 오가며 여느 록스타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기획공연 ‘어떤가요: 3 로커스’에 김종서·김상민과 함께 출연하고, 23일 서울 이태원 더 스튜디오 에이치비시(HBC)에서 공연한다. 24일 강원도 양양 인구해변에서 그레이웨일진 론칭 파티 공연을 하고, 7월8일에는 서울 문래동 후케즈에서 열리는 ‘문래씨티어택’ 공연에 출연한다.

“록 페스티벌, 디제이 페스티벌에도 나가고 싶고요, 사운드아트 전시도 하고 싶어요. 실내 공간에 스피커를 설치해놓고 관객이 음악이 아니라 진동을 통해 여러 감정을 느끼는 전시를 구상 중이죠. 저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못 견뎌요. 음악이 아니면 음식과 칵테일이라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죠. 변화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어요. 하하~.”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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