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덧널무덤(석곽묘)를 조사중인 현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왼쪽부터 3호, 4호, 5호 석곽묘의 모습이 나란히 보인다. 문화재청 제공
경기 용인시 주민들이 아침 저녁 운동을 하는 체육공원 땅 밑에 1600년 전 옛 백제인의 무덤떼가 깔려 있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유산협회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산 62-2번지 체육공원 터를 최근 발굴 조사해 한성백제 시대(백제가 오늘날의 서울인 한성에 도읍을 두었던 기원전 18년∼475년의 시기)의 흔적이 남은 옛 무덤 5기를 발견했다고 7일 발표했다. 드러난 무덤들은 구덩이를 판 뒤 돌을 쌓아 만든 돌덧널무덤(석곽묘)으로 파악됐다.
무덤 유적은 보라산 북쪽 능선을 따라 해발 155m 부근에 있는데, 지난해 처음 일부가 땅에 드러난 모습이 주민들에게 발견됐다. 주변에 운동기구 등의 체육시설이 있고 등산객들이 오가는 길들도 지나가 방치할 경우 유적 훼손이 우려돼 조사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 이 돌덧널무덤들은 자연 상태의 돌과 깨진 돌을 써서 무덤 전체를 벽으로 둘러쌓는 방식과 무덤 머리 방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만 돌을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2호 무덤은 가락바퀴와 구슬, 4호 무덤은 짧은 목항아리, 굽다리 항아리, 창·낫·칼·도끼·화살촉 등 철기류 유물이 나왔다. 5호 무덤의 경우 큰 항아리, 가락바퀴, 구슬 등이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유물들은 대부분 무덤의 머리나 발 쪽 방향에서 나왔는데 제작 시기는 대략 4세기 이후인 백제 한성기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쪽은 “보라산 일대는 과거에도 공세리 유적, 공세동 산38번지 유적 등에서 백제 한성기 고분이 나온 바 있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용인 지역에서 확인된 대단위 무덤 유적 영역의 역사성을 밝히는 데 귀중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발굴조사 현장은 8∼9일 일반 공개된다.
5호 석곽묘 무덤방 안에서 드러난 토기항아리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