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동차가 캐릭터인 <트랜스포머>시리즈는 새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배우보다 새로 등장할 슈퍼카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크다. 시리즈 초반에는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 등 남녀 주인공이 잠깐 주목을 받았지만 뒤로 갈수록 배우보다는 람보르기니, 맥라렌, 부가티, 애스턴마틴 등 최고급 슈퍼카들의 향연이 더 화려해졌다.
6일 개봉한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 역시 주인공 노아역의 앤서니 라모스보다 관심을 끄는 건 오토봇으로 합류한 슈퍼카 포르셰다. ‘미라지’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은색의 포르셰 964는 1989년에서 1994년 사이에 출시됐던 포르셰911 클래식카다. 지금의 911 모델보다 아담하고 경쾌한 느낌으로 수다스럽고 활기찬 ‘미라지’의 캐릭터와 맞아떨어진다. 미라지가 선보이는 남다른 능력은 홀로그램 분신기술로 똑같은 모습을 여러 대 만들어내며 추격하는 경찰차를 따돌리는 것. 미라지의 뜻은 신기루다.
영화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배경도 포르셰 964가 거리를 누볐던 1994년의 뉴욕이다. 군인 출신의 백수 노아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애를 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아픈 늦둥이 동생이 치료비가 없어 치료를 못 받을 상황이 되자 노아는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차량 절도를 시도한다. 그런데 차 안에서 ‘모든 오토봇에게 알린다’라는 목소리가 들리자 차는 노아를 태운 채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편 수천만년 전 테러콘들과 싸워 우주를 지배할 수 있는 트랜스워프 키를 숨긴 맥시멀 종족은 남미의 열대림에 숨어 살고 있었지만 테러콘들이 트랜스워프 키를 찾기 위해 지구에 오면서 전쟁이 시작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7번째 영화인 <비스트의 서막>에 새롭게 등장하는 건 동물 로봇 종족인 맥시멀이다. 고릴라, 코뿔소, 치타, 매 등 동물의 사실적인 외형을 지닌 로봇인 맥시멀은 자동차 로봇과는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전작들의 자동차 로봇 못지않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듯하다. 하지만 시리즈 팬인 성인 관객이라면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의 귀환이 훨씬 더 반가울 터. 이번 작품에서는 포르셰 클래식카뿐 아니라 기존의 오토봇 군단도 레트로 스타일로 변신했다.
시리즈 3편에 등장했던 휠잭은 ‘감성 캠핑카’로 유명한 1970년대 폭스바겐 미니버스로 귀환했고 이번 작품에 처음 나오는 스트라토스피어가 한국전쟁 때 활약했던 C-119 군 수송기의 모습으로 등장해 영화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높였다. 다만 두 캐릭터가 로봇으로 변신했을 때 얼굴이 지나치게 사람에 가까워서 시리즈 후반부터 지적되던 ‘언캐니 밸리’의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듯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열일하는 건 범블비다. 범블비는 전투도 잘하지만 웃음 담당으로 유독 사랑받으며 단독 영화 <범블비>(2018)도 흥행에 성공시킨 캐릭터. 중요한 국면마다 “당신은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어 퓨 굿맨>) “캡틴, 나의 캡틴!” (<죽은 시인의 사회>) 등의 대사를 따라 하다가 “자동차 극장 좀 작작 다니라”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꾸지람을 듣는 범블비의 귀여운 표정은 이번 영화에서도 킬링 포인트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