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큐레이터로는 사상 처음 서구 유력 미술관 관장 자리에 오른 이숙경씨. <한겨레> 자료사
현재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 2023의 총감독이자 영국 테이트모던 뮤지엄의 국제미술수석큐레이터인 이숙경(54)씨가 유럽의 명문 미술관으로 꼽히는 맨체스터 대학 휘트워스 뮤지엄 이사직 신임 관장(예술감독)이 됐다.
맨체스터 대학 쪽은 지난 2일 학교 누리집을 통해 이씨의 이사직 관장 임용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그가 통문화(Transculture) 큐레이팅 전공 명예교수로도 활동하게 된다고 알렸다.
휘트워스 뮤지엄은 1889년 설립된 유서 깊은 대학 미술관으로 고흐와 고갱, 피카소의 명작들을 포함해 5만점 넘는 소장품을 갖고 있다. 맨체스터를 대표하는 뮤지엄으로 직물과 벽지 등의 공예디자인 명품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피츠윌리엄 뮤지엄, 옥스퍼드 대학의 애쉬몰리언 뮤지엄과 더불어 영국 최고의 대학 미술관으로도 꼽힌다. 한국 미술판에서 경력을 닦은 기획자가 세계 현대미술의 본향인 유럽의 미술관 관장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사례다.
이씨는 홍익대와 영국 에식스대를 졸업했으며, 2012년 말부터는 테이트 아시아태평양 리서치센터(Tate Research Centre: Asia-Pacific)의 책임 큐레이터로 활동해왔다.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예술감독, 2019년 테이트모던의 백남준 회고전 기획자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씨는 맨체스터 대학 누리집에 공개된 취임 소감문에서 “영국에서 가장 혁신적이며 관객 중심적인 예술 기관 중 하나인 휘트워스의 관장직을 맡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세계 미술계와의 글로벌 연결망을 더욱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