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민중의 몽둥이”(<범죄도시3> 중 마석도 대사)는 벼랑 끝에 걸린 한국 영화를 구조할 수 있을까? 나아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흥행공식을 쓸 수 있을까? 기대작이었던 이병헌 감독의 <드림>마저 흥행에 실패한 극장가에 <범죄도시3>가 31일 개봉한다. 6월부터 시작되는 여름 성수기의 스타트를 끊는 작품이라 시리즈 팬뿐 아니라 영화계 전체의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범죄도시3>는 올해 한국 영화의 첫 흥행작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군더더기 없이 전작들이 가진 장점만을 영리하게 뽑아냈다. 그럼에도 흥행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제작될 한국 영화는 목표 관객 수와 이에 맞춘 예산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작은 규모로 축소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칭찬할 건 105분의 러닝타임이다. 최근 한국 영화와 국외 영화 거의 모든 작품이 2시간을 훌쩍 넘긴다. 마블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볼거리 중심인 <존 윅>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와 <인어공주> 실사판 같은 영화도 2시간 반에 이른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이 늘어지는 이야기 전개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범죄도시3>는 서울광역수사대로 옮긴 마석도(마동석)가 대형 마약 거래를 알게 되면서 범인을 잡는다는 이야기의 설정에서 별다른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 마약반 형사이면서 마약 거래 주동자인 주성철(이준혁)이 왜 형사 출신으로 범죄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팀원들마저 이 일에 연루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 부분을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늘어지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과감하게 생략해버렸다.
그런데도 영화가 개연성 없이 널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액션, 그것도 마동석의 주먹 액션을 여러 방식으로 빠르게 보여주면서 몰입도를 흩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시나리오를 작가와 이상용 감독, 마동석이 함께 수정하면서 개그를 전작보다 더 빽빽하게 넣었다. 이를테면 마석도에게 일침을 당한 악당이 얼빠진 표정으로 앉아 있자 마석도가 “슬퍼?”라고 물어보거나 정보원 김양호(전석호)의 취조를 시작하는데 미러볼 조명과 함께 여관방의 원형침대가 갑자기 돌아가는 식으로 계속해 웃음을 터뜨린다. ‘원 펀치, 원 개그’ 식으로 액션과 유머가 맞물려 빠르게 이어진다. 웃음 담당으로 조연 캐릭터 김양호와 초롱이(고규필)가 마석도의 서포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3편의 제작비는 135억원으로 2편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전작이 성공하면 스케일을 확대하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일반적인 공식을 벗어났다. 마석도의 주먹 액션을 더 극대화해서 보여주면서 화려한 볼거리 대신 악당의 얼굴에 내리꽂는 물리적 액션의 쾌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추구하는 이른바 ‘한국형 액션’ 프랜차이즈 전략이기도 하다. 지금 촬영 중인 4편은 스턴트맨 출신으로 <범죄도시2>를 포함해 굵직굵직한 한국 액션 영화에서 무술감독을 맡아온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결정적인 단점은 악역 주성철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의 존재감이 너무 약하다는 것. 특히나 주성철은 현직 마약반 형사인데 외모부터 말투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는 조폭 느낌이다. 전작에서 유행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악역의 카리스마가 빛났던 장첸(윤계상)과 징글징글한 집요함으로 마석도에 대적했던 강해상(손석구)에 비하면 주성철의 캐릭터는 너무 평면적이다.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 이준혁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액션 프랜차이즈의 성공에는 주인공의 카리스마뿐 아니라 주인공과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할 수 있는 빌런의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자 제작자이며 사실상 공동감독인 마동석이 간담회에서 말한 대로 시리즈가 8편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요소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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