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2001년 저예산 1편으로 시작은 미약했으나 20년 넘게 성공 가도를 질주하며 창대한 끝을 앞둔 <분노의 질주> 시리즈 10번째 작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이하 라이드 오어 다이)가 17일 개봉했다. 2025년 개봉하는 11편이 시리즈 종결작으로 공표된 상태로 루이스 리터리어가 10∙11편의 연출을 맡았다. <라이드 오어 다이>는 마지막 질주의 1부에 해당하는 셈이다.
강도 높은 자동차 액션의 볼거리와 끈끈한 우정과 가족애의 스토리, 두 바퀴로 전개되는 영화의 틀은 변함없다. 물론 영화의 방점은 스토리보다는 카 액션으로 이뤄지는 볼거리에 찍혀있다. 1편에서 혈기 넘치고 반항적인 청년으로 나왔던 도미닉 역의 빈 디젤은 22년이 흐른 지금 어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아버지가 됐다. 사이코패스 악당 단테(제이슨 모모아)는 아버지를 죽게 하고 모든 것을 빼앗아간 도미닉 일당에 복수하기 위해 도미닉의 어린 아들 리틀 비(B)를 납치하려고 하고 이를 지키려는 도미닉과 패밀리들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진다.
영화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존 윅>과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이어가는 핵심은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져 가는 액션 강도다. <분노의 질주>는 카 액션이라는 한정된 조건을 두고 전작에서 우주까지 날아갔다.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자 이번 편에서는 지구로 내려오긴 했다. 하지만 자동차 바퀴가 도로 면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뒤집는 건 이번 편에서도 마찬가지. 자동차를 포획하기 위한 양쪽 공중에 뜬 헬기 두대에 엮어 도로에서 뜬 도미닉의 자동차가 ‘공중전’을 펼치며 두 헬기를 폭파하거나, 양쪽에서 달려오는 대형 트럭을 피하기 위해 수력발전소 꼭대기에서 수직에 가까운 대형 수로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 등에서 중력과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달리는 자동차의 신묘한 액션을 자랑한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시지(CG) 없이 연출했다고 주장하는 로마 시내의 카 액션신이다. 로마 시내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는 거대 폭탄이 트럭에서 굴러떨어져 도시 곳곳을 부수고 폭발을 막기 위해 도미닉 패밀리가 단테 일당의 공격과 맞서며 추격전을 벌이는 신이 <라이드 오어 다이>의 하이라이트다. 이러한 카 액션을 위해 돔이 타는 자동차는 전기 콘셉트 차량인 ‘닷지 차저 데이토나 반시 에스알티(SRT)’다.
영화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라이드 오어 다이>에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캐릭터들이 총집결하면서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가 악당 단테역으로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이 ‘미스터 노바디’의 숨겨진 딸 테스역으로 새로 합류했다. 이들뿐 아니라 샤를레즈 테론, 제이슨 스타뎀 등 전작에 등장했던 대형 스타들이 총출동하는데 도리어 이게 드라마의 밀도를 깎아 먹는다. 너무나 많은 캐릭터에 부여하는 이야기는 흩어지고 영화가 강조하는 가족애는 마지막에 황급히 대사 몇줄로 주제를 읊는 식이다. 많은 캐릭터를 적절하게 운용하는 데는 <어벤져스>의 루소 형제 감독만한 연출자가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라이드 오어 다이>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 지민은 힙합 뮤지션 코닥 블랙과 엔엘이(NLE) 초파가 작업한 메인 테마곡 ‘앤젤 파트 원’에서 피처링을 해 오에스티(OST)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