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막하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공식포스터.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축제인 제76회 칸국제영화제가 프랑스 칸에서 16일 저녁(현지시각) 개막한다.
27일까지 12일간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칸이 사랑하는 거장들의 신작 성찬으로 상영작 목록이 여느 때보다 화려하다. 한국영화는 이번 영화제 메인 경쟁부문에 초대받지는 못했지만 신인 감독들의 무대인 ‘주목할만한 시선’과 비평가 주간, 비경쟁 부문 등에 7편 출품된다.
21편이 초청된 경쟁부문에서 눈에 띄는 건 이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한번 이상 수상한 거장들의 귀환이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지난해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일본)이 올해는 <괴물>로 칸영화제에 돌아왔다.
칸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영국 켄 로치 감독은 <디 올드 오크>로 15번째 칸 경쟁부문에 ‘출근’한다. 칸영화제 사상 최대 경쟁부문 초청이다. 사회적 실천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켄 로치 감독은 2016년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두번째 황금종려상을 받고 영화계를 은퇴했다가 플랫폼 노동자인 택배기사의 벼랑 끝 삶을 그린 <미안해요, 리키>로 2019년 복귀했다. 올해 87살을 맞은 켄 로치는 신작 <디 올드 오크>에서 쇠락한 광산 도시의 술집 주인과 시리아 난민의 우정을 그렸다. 이밖에 난니 모레티(이탈리아), 누리 빌게 제일란(터키), 빔 벤더스(독일) 등 황금종려상 수상 이력의 거장들이 신작을 들고 칸 레드 카펫을 밟는다. 웨스 앤더슨(미국), 토드 헤인즈(미국), 아키 카우리스마키(핀란드)등 비평적 찬사와 팬덤을 두루 거느린 감독들도 경쟁한다.
경쟁부문의 새로운 얼굴 중에 단연 주목받는 인물은 중국 왕빙이다. 2002년 낙후된 공업도시 선양을 다룬 9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철서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중국사회의 그늘을 영화에 담아온 다큐멘터리스트다. 이번 경쟁작 <청춘>에서는 상하이 변두리 공장에서 일하는 소수민족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지난해 <슬픔의 삼각형>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가 맡았다. 지식인이나 자본가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어온 외스틀룬드의 성향상 현실 참여적 영화에 높은 점수가 예상된다.
한국영화는 올해 경쟁부문 리스트에는 없지만 여러 부문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송중기·홍사빈 주연의 누아르 영화 <화란>은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신인감독들의 경쟁무대인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되는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잠>은 이선균과 정유미 주연의 공포영화다. 두 작품은 젊은 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의 후보가 된다.
전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우수한 단편 연출작을 공개하고 시상하는 ‘라 시네프’ 부문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서정미 감독의 <이씨 가문의 형제들>과 한국영화아카데미 황혜인 감독의 <홀>, 두 작품이 초청됐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김지운 감독,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과 감독주간 폐막작인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 스케일 있는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되는 재난 스릴러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김태곤 감독)등도 레드카펫을 밟는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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